격변기 국회 이끈 정세균 고별사 "물은 배를 뒤집을 수 있다"
“의원들, 지역구가 1번 정당이 2번 입법은 3번” 쓴소리도
2019-05-28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퇴임을 하루 앞둔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대한민국 금뱃지들을 향해 경종을 울렸다.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인용한 경고다.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1년 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개헌과 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정파의 이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며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대결적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다당체제에 걸맞은 협치의 모델을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같이 여기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실제 정 의장은 박근혜 정권이 민심에 의해 뒤집히는 격변의 시기 국회를 이끌었다. 그래선지 정 의장은 20대 전반기 국회의 가장 큰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를 꼽았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 헌정의 중단과 국정 공백 없이 새 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며 "이는 우리 국회가 들불처럼 일어선 민심을 헤아린 결과이자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했다. 정 의장은 재임 기간 국회의 성과로 △의원불체포 남용 막기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개선 △무분별한 증인채택 관행 개선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 고용 △법안처리(19대 국회 전반기 대비 13% 이상 증가) △피감기관 지원받는 의원 국회출장 원칙적 금지 등을 꼽았다.하지만 개헌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는 "개헌문제와 정파의 이해관계는 분리해서 처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와 관련 정 의장은 "(국회의원의 역할에서) 입법활동이 1번인데,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가 1번, 정당 2번, 입법활동이 3번이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며 "국회 관행과 문화,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데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한편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정 의장은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