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빨간불] 소득주도성장 1년 만에 빈곤층 정부지원금이 근로소득 추월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주도성장론에 직격탄 / 최저임금인상 이어 근로시간단축으로 양극화 심화 우려

2019-05-29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소득분배지표가 집계 이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양대 축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져 이번 1분기 분배지표 악화의 요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산성 향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을 악화시키고 단시간 근로 등 질낮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최빈곤층 소득 비중 정부지원금이 근로소득보다 많아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로 사상 처음 소득이 낮은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59만7000원)이 근로소득(47만2000원)을 뛰어넘었다. 이전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 등을 모드 포함한 것으로, 월급으로 받는 것보다 외부에서 지원받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같은 '초월 현상'은 1분위의 이전소득이 1년 전(49만1천 원)보다 21.6% 대폭 증가한 점, 이와 동시에 근로소득은 전년(54만5000원) 대비 13.3% 줄어든 점이 맞물리면서 나타났다.실직가구의 근로소득 감소가 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구주가 기업 등에 고용된 '근로자가구'의 1분기 월 평균 근로소득은 156만8126원이고, 이전소득은 34만2681원이었다. 직전분기인에는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150만6249원, 34만5053원으로 올 1분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가구주가 기업 등에 고용되지 않은 상태인 '근로자외가구'의 1분기 월평균 이전소득은 60만1771원으로, 직전분기 이전소득(63만9876원)보다 다소 줄었다. 이에 반해 올 1분기 근로소득은 7만5482원으로, 직전분기 근로소득(12만4542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근로소득 급감으로 최저소득층 소득 15년 만에 최대폭 감소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살펴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소득 하위 10%(1분위)의 올해 1분기 기준 월평균 명목소득은 84만1203원이다. 1년 전보다 12.2%(11만7368원) 줄어든 것으로, 현재 기준으로 집계한 2003년 이후 가장 컸다. 이는 저소득층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1년 사이에 24만7012원에서 15만9034원으로 35.6%(8만7978원) 급감한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비해 소득 상위 10%(10분위) 올해 1분기 월평균 명목소득은 1271만7465원으로, 1년 전보다 20.9%(266만846원) 늘었다. 이에 따라 자유롭게 소비 지출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5.95배로 전년보다 0.6 상승해 집계 이후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을 의미해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하다고 해석된다.이 같은 임금격차 심화 현상은 정부의 분석대로 고령화에 따른 퇴직 가구주의 1분기 대거 편입이 영향을 일부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째 10만 명대에 머무르고, 올 4월 고용동향 통계의 경우 1년 전 10만 5000명 늘었던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8만9000명 줄고, 직업별로 서비스 판매 종사자가 2만3000명 감소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역효과가 드러나고 있어 이를 묵인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최저임금 인상 이후 단시간 근로자 증가...근로시간 단축 이후 '질적 쇼크'도 우려올해 최저임금을 16.4% 대폭 인상한 이후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는 초장시간 근로가 줄어드는 대신 단시간 근로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4월 들어 전년대비 일시휴직자가 7만3000명, 주당 1~17시간 근로자가 7만2000명, 36~44시간 근로자가 96만9000명 늘었다. 반면 주당 45~53시간 근로자는 33만3000명, 54시간 이상은 62만7000명 줄었다. 고용하는 인건비가 올라가니 고용 시간을 줄인 셈이다.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자의 주52시간 근로가 시행되면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고용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연안정성이 미흡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에게 고임금과 다양한 복지를 지급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특히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와 유연근무제 등 구체적인 제도 보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할 경우 민간기업은 고용 리스크를 감안해 외주하청이나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를 고용하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기업이 '생산성 향상'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면서 단축된 시간만큼 근무강도도 높아지는 '질적쇼크'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