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보상금 한 푼 없이…나가라?" 수원 화성복원사업에 '소상공인들만 피해'

강성호 사장 “펜스 둘러싸서 장사 못하게 하면서 ‘부당이득금’이 왠말?”

2011-06-14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 1997년 12월,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을 복원해 세계인들에게 우리 고유 문화체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수원 화성 복원정비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9년이다.  
1조992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시작된 이 사업의 2011년 현재 완공 예상 시기는 2060년 이후이다. 전체 사업비 중 국비와 도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수원시가 충당하는 연간 300억원의 시비로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기간이 한정 없이 늘어지다보니 사업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2007년부터 수원시 신풍동 행궁광장 인근에서 한우음식점을 운영해온 강성호 사장은 자신의 음식점이 사업대상지역에 포함돼 강제수용이 진행되는 과정에 발생한 행정적 누락으로 인해 보상금 한푼 받지 못하고 음식점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가게주인은 구경도 못해본 보상금

강 사장은 현재 수원시와 사이에 행정소송 2건을 진행 중에 있다. 강 사장은 2007년 음식점 오픈 당시 동업자 명의로 가게를 차렸다가 동업자가 손을 뗀 뒤 2008년 4월 1억원을 투자해 가게를 재 오픈했다. 당시 시점에 동업자의 은행 대출금 문제가 걸려 있어서 강 사장이 신청한 사업자등록 신청이 제때에 처리되지 않았고, 결국 그해 9월 자신의 조카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가게를 재오픈한 4월과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9월의 딱 중간시점인 2008년 7월, 수원시에서 화성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신풍동 부지에 대한 감정 평가 및 매입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위해 현지로 찾아온 감정평가사를 데리고 주변 지역에 대해 설명을 해준 것도 강 사장이였다. 그는 자신이 이 가게의 주인이고, 사장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설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말한다. 그런데, 감정평가 작업이 끝나고 보상 과정에서 문제가 벌어진다. 사업자등록증이 발부됨으로써 실질적인 명의이전이 끝난지 2개월이 지난 2008년 11월, 이전부터 실질적 소유주이자 이미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침으로써 명실상부한 소유권자가 된 강 사장을 배제하고 이전 명의자였던 동업자를 상대로 부지 강제수용에 따른 보상금이 지급된 것이다. 일을 더 꼬이게 만든 것은 이 보상금이 그나마 현금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이전 명의자인 동업자가 과거 지고 있던 은행부채를 탕감하는데 들어감으로써, 동업자나 강 사장이나 실제 보상금은 만지기는커녕 구경도 해보지 못했다는 점. 인테리어비용 1억원을 투자해 가게를 재오픈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가게에 대한 수용절차가 시작됐고,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 채 가게를 비우라는 수원시의 요구는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강 사장은 가게 권리금에 해당하는 ‘영업보상비’를 요구했지만 수원시는 “이미 보상금 안에 영업보상금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를 거부했고, 이후 2009년 초부터 강씨를 상대로 퇴거요구 소송과 명도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그해 10월에는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장사도 못하게 하면서 부당 이익금이라니”

수원시의 ‘부당이득금’을 청구논리는 수원시에 매립된 부지에서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니 한 달 월세 개념의 560여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공사는 진행도 되지 않는데 펜스를 쳐 놓고 영업에 방해를 주고 있으면서 무슨 ‘부당 이득금’이냐”면서 “음식을 먹는데 눈 앞에 모래더미, 벽돌 등이 쌓여 있으면 어느 손님이 오려 하겠나”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더불어 그는 “수원시에서도 내부 물건들을 처리하고 철거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갈 것”이라며 “‘영업보상금’ 주면 그 돈으로 비워 이사하겠다는데 수원시는 ‘부당 이득금’내란 소리만 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수원시 “부동산 침체로 공사 진행 못하고 있다”

현재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의 행궁광장을 <매일일보>이 찾아간 것은 지난 7일이었다. 때마침 광장에서는 전통 민속음악과 무술 공연이 한창이었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행사 관계자들을 포함해 20여명에 불과한 관람객 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어 썰렁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뒤편에서는 포크레인을 이용한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예닐곱 명의 인부와 공사 장비가 동원돼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행궁광장 주변 지역의 상가, 주택 건물은 대부분 헐린 상태이다. 광장은 깔끔하게 차려 놓았지만 주변 지역의 공사 현장은 광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펜스를 쳐 놓고 그곳에 모래, 벽돌 등 공사 잔해들을 쌓아 놓아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광장 역시 그늘이나 제대로 앉을 공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앞으로 행궁광장 주변 사업 진행여부에 대해 “모든 건물을 철거 후 매각할 예정”이라며 “매각한 필지는 상업시설 등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궁광장 주변 복원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수원시는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계획 과정 중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시세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효율적인 분양을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한 강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부당 이득금’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표류하는 ‘화성복원’…‘화성 특별법’ 제정만이 살길?

앞서 언급했듯 만약 국·도비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원시 자체 예산인 300억원을 가지고 ‘화성행궁 복원사업’을 진행할 경우 2060년이 돼서야 사업이 마무리 되어 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10여년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 하게 진행되면서 주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받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관광객들 역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상황. 계속해서 공사가 지연된다면 ‘화성 복원사업’은 이름만 남은 채 표류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원시화성사업소에 따르면 1999년 ‘화성 복원사업’ 시작 이후 투입된 사업비 총 5870억원 중 국비는 346억원, 경기도에서 지원한 금액은 674억원이다. 나머지 4850억원은 모두 수원시에서 부담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국비지원을 늘려달라”고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예산 투입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수원시와 시민들은 남경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계문화유산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은 수원 화성뿐만 아니라 인천 강화의 고인돌 유적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세계문화유산과 주변 지역을 관광자원화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남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수원 화성 역사문화 중심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제정을 추진했지만 형평성을 요구하는 타 지역의 반발로 법안 처리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문화재 관련법은 보존에 치우친 반면 이 특별법은 보존과 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다만, 세계문화유산 보존 및 개발에 수반되는 천문학적 예산문제가 이번 특별법 제정의 최대 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