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과세당국이 해외 불법 은닉재산과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따른 탈세 등에 대한 정밀 검증에 팔을 걷고 나섰다.국세청은 30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두 번째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국세청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회의는 앞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 반사회행위"라며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한 바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3개 기관 실무자들이 실무회의를 2차례 여는 등 조사단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정부 합동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가칭)'에는 검찰·관세청에 이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은 역외탈세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조세회피처의 투자내용과 외환거래를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인 거래를 발견할 경우 엄정히 조사하기로 했다. 고의적 역외탈세는 예외 없이 적극 고발한다는 원칙도 마련했다.또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도 정밀 검증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 총수 일가가 자녀 소유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과정에 끼워 넣어 부당이익을 누리게 하고, 하청업체 등을 통해 조성한 불법비자금을 경영권 세습의 '종잣돈'으로 삼는 차명재산 등을 중심으로 변칙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지 분석하며, 계열사 공익법인에 대한 탈세 검증도 꼼꼼히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6일 국세청은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이를 위해 가족관계 자료 수집 범위도 확대해 특수관계자 간 부당내부거래 검증을 세부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국세청 내부 과세 인프라를 활용해 재산가의 개인·법인별 재산변동과 소득·거래 내역 등을 상시 관리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통해서 그동안 파악이 어려웠던 변칙 자본거래도 들여다볼 예정이다.이 외에 회의에서는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세무조사 사전 통지기한 15일로 확대 △사전통지서상 부분조사 범위 상세 기재 및 관련 절차 법제화 △교체 세무조사 구체적 절차 규정으로 남용 방지, 올해 첫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제도 안정 정착을 위한 다양한 성실신고 지원, 현장 소통 강화 등의 방식을 논의했다. 국세행정개혁위는 국세행정의 현안에 대해 국세청장에게 자문하는 기구로서,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