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 ‘양극화 가속페달’
'사실상 소득나누기' 최저임금 인상보다 파장 클 듯 /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소득감소 두려움
2019-06-03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올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소득 양극화 문제가 7월 주 52시간 근로제의 1단계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단계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3일 현재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자신들의 체감 임금 감소폭이 더 커져 향후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우리나라 특유의 기형적인 임금체계, 각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의 경우 24시간 가동을 위해 현장 근로자들은 시간제 적용을 받는다. 또 사무직은 월급 외 연장근로 수당 등이 연봉에 포함된 '포괄임금제'가 관행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들 제도는 '낮은 기본급'과 '높은 연장수당'과 연동하며 그동안 한국 노동시장의 장시간 노동을 유인한 측면이 있다. 즉, 제조업과 사무직 종사자가 받는 적정수준의 임금은 저녁 있는 삶을 포기하고 연장근로를 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당초 기본급이 높았던 공기업이나 대기업 근로자들과 달리 제조업 종사자나 중소기업 사무직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축이 상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임금뿐만 아니라 '근무환경의 양극화'도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민간기업들 중 일부는 근무시간 단축에 대응해 임시방편으로 '교대근무제'와 '집중근무시간제'를 자체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간 근무는 물론 화장실 사용 등 사무실 내 이동까지 제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내부 인력수요를 공공부문의 경우 세금을 통해 신규 인력 충원이 가능하나 민간 기업,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어려워 기존 재직자들의 노동력을 올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환경 조건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도록 변경하더라도 노조가 없거나 협상력이 약한 기업의 근로자는 기업의 '꼼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양극화를 부추긴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 과정에서 강력히 주장됐던 '탄력근로제 확대' 등 유연근무제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지 않을 경우 전체 사업장의 근로 경직성이 높아져 기업은 오히려 향후 정규직 고용을 기피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 이전과 이후의 1인당 기대할 수 있는 노동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달 17일 관련 대책을 발표하며 신규 채용시 3년간 최대 월 100만원 지원 등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용촉진·유지지원금이 기업의 올라간 고용경직성을 상쇄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기존 일자리를 비정규직, 임시직, 외주하청으로 전환하거나 해고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더 나아가 근로시간단축으로 떠밀린 비정규직, 임시직 근로자들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실직상태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기 어렵다는 사회구조적 문제도 있다. 사회보험 비가입자의 실직상태 기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저소득층의 고용불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