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두 달간 불면(不眠)…굶어도 배고픈 줄 몰랐다”

법정 출석해 구치소 생활 고통 토로 / “도곡동 땅, 내 소유 아니다” 반박

2019-06-04     박수진 기자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정치검찰의 편파수사를 받을 수 없다면 옥중조사를 거부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옥중 생활 두 달여 만에 달라졌다. 그는 구치소에서 두 달 간 불면의 밤을 보냈으며 심적 고통으로 인해 식사조차 제대로 못했다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여과없이 공개했다.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여러 차례 검찰의 옥중조사 시도를 거부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 거부 이유는 "공정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옥중 생활이 길어지며 이 전 대통령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져 갔다. 그는 지난달 23일 첫 재판에 출석해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재판부에 호소하며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재판에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검찰 증거에 동의, 재판에 협조하는 모습이었다.이어 건강 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갈 수 없다던 그는 4일 다시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를 향한 그의 호소는 더욱 인간적이 됐다. 그는 이날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서 "저는 제 건강을 지금까지 숨기고 평생을 살았는데, 교도소에 들어오니 감출 수가 없게 돼 교도소에서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이에 재판부가 "계속 재판에 나와야 하니 치료를 받으면서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치료받으러 가면 세상은 '특별 대우를 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라며 "고통스럽긴 하다. 그래도 저는 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했다.이 전 대통령은 또 "구치소에 와서 사람이 두 달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며 "될 수 있으면 바깥에 알리고, 차마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싫다. 제가 (재판을) 기피할 생각은 없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다"라고 했다.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당 수치가 높아 법정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며 "재판부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기일에는 안 나가겠다"고 버텼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출석 여부를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매 기일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명한다"고 질책한 바 있다.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 도곡동 땅과 관련 "이번에 살펴봤더니 그 땅이 현대가 갖고 있던 체육관의 경계선과 붙어있는 땅이란 걸 알게 됐다. 제가 그래도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를 맡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디 살 게 없어서 현대 땅에 붙은 땅을 샀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압구정동이나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땅을 사려면 얼마든 다른 데에 살 수 있었다. 현대건설 재임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땅을 산 건 하나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