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숫자놀음 그만하고 현장 찾아야

2019-06-06     송병형 기자
민생 현장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10대 후반 청소년들의 알바 일자리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로 줄어들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만6000명, 비율로는 28.6%나 감소했다고 하니 일자리시장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10대 후반 청소년들이 어떤 알바를 하는지는 동네를 돌아다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카페, 또는 편의점을 가면 손님을 맞이하는 상당수가 이런 청소년들로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알바 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일자리만이 아니라 서민물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역의 대표적 서민 먹거리 8개 품목 중 7개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냉면 한 그릇이 평균 8769원, 비빔밥 8385원, 김치찌개 백반 6000원, 삼계탕 1만4077원, 칼국수 6731원, 김밥 2192원, 삽겹살 200g당 1만6489원으로 모두 오른 가격들이다. 그나마 자장면만 4923원으로 제자리를 지켰다. 상인들이 가게 알림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격을 올렸다고 적고 있다.서민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 최저임금이 오른 효과가 상쇄된다. 최저임금이 올라봤자 매일 먹는 점심 값이 오르고 군것질 가격이 오르면 더 들어온 만큼 그대로 더 나가니 말이다. 그저 정부만 최저임금 인상 약속을 지켰다고 생색낼 수 있을 뿐이다.그런데 이렇게 민생 현장이 어려워지는 와중에도 청와대는 올 1분기 자료만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단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2분기, 3분기가 지나 충분한 자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민생 현장에서 서민들의 곡소리가 나오더라도? 지금은 숫자놀음을 할 때가 아니다. 직접 민생 현장을 찾아 최저임금의 부작용 여부와 그 정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다. 지난 1월 일자리안정자금을 홍보한다면서 청와대 경제라인이 총출동한 적이 있지만 그때 제대로 현장 상황을 살폈는지 의심스럽다.소득주도성장론을 설계했다는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도 당시 서울 신당동 일대를 다녀왔다. 그때 영세상인들은 홍 수석에게 “대통령에게 우리 실정을 잘 말씀드려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홍 수석은 다녀와서 “최저임금 인상 관련하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준비했으나 현장에서 모르는 것이 많다”고 했다.홍 수석의 말대로 현장의 서민들이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대책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그 결과 정부의 지원을 신청하는 사업장 숫자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나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지금 민생 현장이 이렇게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홍 수석 등이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