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이미 4년전 '보해저축銀 불법대출' 알고 있었다?
2011-06-21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 관련자들이 과거 검·경찰의 수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정황이 드러나 외압 및 청탁 의혹이 일고 있다.당시 검찰은 경찰이 2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보해저축은행 관계자들과 청탁업자를 무혐의로 풀어주고 최근에서야 이들을 다시 구속기소해 스스로 부실수사를 자인한 꼴이 됐다.21일 광주경찰 수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월 광주 세하택지지구 개발 도면 유출사건을 수사하던 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보해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자금이 택지지구 토지 매입에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관련자들을 수사했다.수사 당시 경찰이 파고든 불법대출 규모는 115억원대로 보해저축은행이 2006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명목으로 H 종합건설과 Y 자동차매매업체, J 산업 등 3개 업체에 집중적으로 내준 자금이었다.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경찰은 H 종합건설 대표이사인 방모(52)씨가 이 3개 업체의 실제 소유주인 것과 대출자금의 상당액이 택지지구 5만7500여㎡ 토지의 매입 자금으로 활용된 사실을 파악했다.또 자기자본이 180여 억원에 불과했던 보해저축은행이 상호저축은행법상 자기자본 비율의 20% 이상은 동일인에게 대출해 줄 수 없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금지' 조항을 어기고 방씨에게 대출금을 몰아준 것과 방씨가 수십억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도 밝혀냈다.이에 경찰은 보해저축은행 오문철(59) 대표를 저축은행법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상임감사 전모씨와 대출담당 과장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 업자 방씨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사건의 지휘를 맡은 광주지검 특수부 조모 검사는 신청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보완수사를 거친 경찰은 몇 주 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또다시 검찰에 의해 묵살되면서 검·경의 갈등이 증폭됐다.결국 영장은 포기하고 기소 의견을 첨부해 사건을 송치하려던 경찰에 "관련자를 무혐의로 송치하라"는 조 검사의 추가 지휘가 내려오면서 이에 반발한 수사팀이 "조 검사의 무혐의 지시로 관련자를 무혐의 송치함"이라는 초유의 의견서를 달아 불기소 송치해 항명 논란이 일기도 했다.경찰 수사팀이 구속영장 2차례를 포함해 총 4차례에 걸쳐 기소 의견을 전달했지만 담당검사가 수사팀의 의견을 번번히 배제한 것이다.특히 방씨와 은행 관계자들의 변호를 담당한 광주 모 법률사무소 용모 변호사가 1년 전까지 조 검사가 속한 광주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외압 및 청탁 의혹까지 일었다.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이달 초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보해저축은행 오 대표와 불법대출을 받은 방씨를 4년 전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수사팀 고위 관계자는 "같은 혐의가 4년 전에는 '무혐의', 4년 뒤에는 '구속기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당시 수사기록만 3800여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지 않은 마무리 때문에 힘이 빠졌었다"고 말했다.한편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조 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휴직 상태로 확인됐으며,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내용에 문제가 많아 불기소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