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강인의 축제 ‘철의 날’ 들린 비보

2018-06-10     박성수 기자

[매일일보 박성수 기자] 제 19회 철의 날 행사가 8일 서울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철의 날 행사는 포항제철소에서 쇳물이 처음 생산된 1973년 6월 9일을 기념해 2000년부터 매년 포스코에서 열렸다. 올해는 철의 날 행사 최초로 포스코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최됐다.

철강인의 축제 철의 날 행사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관세 관련 비보가 날아왔다.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면제를 위해 대미 수출 쿼터를 수용한 국가들에게는 품목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은 지난 미국 철강관세 조치 때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관세면제대상국으로 지정되는 대신 70% 수출쿼터제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25% 추가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쿼터제에 합의한 이후 우리 측은 미국으로부터 계속 뒤통수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출쿼터제 합의 이후 곧바로 품목별 반덤핑 관세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냉간압연강관, 선재 등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서 당초 5월 1일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던 철강쿼터 기준일을 1월 1일로 앞 당겼다. 기준일이 앞당겨지면서 일부 품목의 경우 올해 할당량을 초과하면서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반덤핑 관세와 기준일 변경에 이어 품목 예외까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대미 철강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품목 예외가 차단될 경우 대미 철강 수출은 미국과 합의한 쿼터내에서만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 면제와 별도로 특정 철강 제품에 대한 품목 제외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수출을 허용해 미국 내 철강연관산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가 품목 제외 요청 접수를 개시하자마자 개인과 기업 등으로부터 수천 건의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정부 또한 미국 현지 수요 기업과 투자 기업을 활용해 특정 품목을 제외하는 방안을 미국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품목 예외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 정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은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품목 예외에 대해 상무부에 지속적으로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미국과의 철강수출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리정부는 미국과 철강협상 당시 자동차 산업에 대해 양보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철폐기간을 20년 연장했으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을 완화했다.

철의 날 축제를 맞아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만찬을 가졌으나 씁쓸한 표정은 다들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