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들 굶어 죽게 만들고…” 내연남과 지낸 비정 엄마

경찰 “아들 숨진 것 아느냐” 질문에, 엄마 “그럴 수도 있죠” 황당

2008-07-17     류세나 기자
“엄마의 ‘탈’을 쓰고…”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아, 윤리의식 희박한 엄마

[매일일보닷컴] 엄마로부터 ‘외면당한’ 네 살 배기 박군이 숨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두달여 전.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평소 가족과 함께 지낼 때 벽지를 찢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박군은 그래서 안방의 벽지를 모두 찢으면서 어느날 느닷없이 가출해버린 엄마를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는 끝내 아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들을 매몰차게 버린 엄마는 철저히 가정을 버린 상태였고 그러면서 내연남과 바람을 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군은 숨진지 2개월여 만인 지난 5일 아버지에게 발견됐다.

네 살 배기 아이를 집안에 가두고 가출해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10일 4살 난 아들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김모씨(38.여)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

김씨는 지난 3월말 서울 구로동 자신의 집에 아들 박모군(4)을 남겨둔 채 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고 가출해 박군을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이날 오전 내연관계에 있는 남자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남편 박모씨(40)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내연남의 집에서 지내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입원해 돈도 떨어지고 남편과 사이도 나빠 집을 나왔다. 집에 두면 시어머니도 있고 남편도 있으니 누가 오겠거니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아들을 혼자둔 채 문을 잠그고 집을 나간 김씨는 이후 한번도 집으로 찾아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발육 더딘 아들 버린 엄마 가출 이후 뭐했나?
알고보니 내연남과 만나

 
경찰에 따르면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박군은 평소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할 만큼 발육이 더뎠다. 이 때문에 엄마의 가출 이후 유일한 먹거리였던 밥솥의 밥도, 냉장고에 들어 있던 반찬과 음료수도 무용지물이었다. 경찰 발견 당시 기저귀는 방안에 나뒹굴고 있었고 박군은 엎드린 상태였다. 결국 박군은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굶주리다 안방에서 숨진 셈이다.

숨진 아들을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아버지였다. 박군은 지난 4일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있다 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찾은 아버지에 의해 숨진 지 2개월여 만에 발견됐다.아버지 박씨는 교통 사고 뒤 척추 재수술로 가까스로 몸을 추스릴 수 있게 되자 집에 들렸는데 청천날벼락같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박씨가 살아있는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2월 아내가 병원으로 박군을 데리고 왔을 때였다.경찰 관계자는 “박군은 지난 6일 오후 6시50분쯤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온 아버지에 의해 안방에 엎드린 채 발견됐고, 국과수의 부검으로도 사인을 판정하기 힘들 정도로 부패가 심했었다”고 말했다.

휴대폰 없어 검거 애먹어
주변 상대 탐문수사로 김씨 체포

그러면 경찰은 ‘가출한’ 김씨를 어떻게 붙잡았을까? 김씨가 붙잡힌 곳은 가출 이후 사귄 ‘내연남’ 오아무개(41)씨 집이었다.경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부검을 통해서도 박군의 정확한 사인을 찾지 못하자 경찰은 엄마 김씨가 박군을 유기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김씨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 명의로 된 휴대폰도 없어 추적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그런 경찰은 마침내 김씨가 과거 가리봉동에 있는 모 호프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정보를 입수, 주변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오씨 집에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현장을 덮쳐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는 경찰이 검거 이후 “아들이 숨진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전혀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김씨는 예전에도 수차례 가출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김씨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억울한’ 모양이다. 김씨는 한 언론을 통해 “동거한 4년 동안 애 아빠는 습관처럼 나를 때렸다. 다시 집에 들어갈 생각도 했지만 애 아빠가 그 사이 퇴원해 애를 놔두고 나간 걸 알고 또 때릴까 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아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크게 놀라거나 울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책임이나 윤리의식이 희박한 엄마가 낳은 비극적 결과”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가면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경찰의 질문에 김씨는 “그럴 수도 있겠죠”라고 답해 조사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