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 인구 역대 ‘최저’…‘기금형퇴직연금’ 도입 목소리 높아진다

자산운용업계,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 1%…미래 대비 위해 투자 모델 공격적으로 설정해야”

2019-06-1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화층은 늘어 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를 기록했고 이는 경제성장률 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현재 국회의 계류 중에 있는 ‘기금형퇴직연금’도입을 서둘러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진다.10일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로 경제성장률 3%대보다 크게 낮다. 앞서 지난 2015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2.15%였으나 2016년 1.58%로 급락해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과도하게 원리금보장이 가능한 확정급여형(DB)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있어서다. 특히 퇴직연금 유형별로도 예·적금, 보험 등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91.6%(148조3000억 원)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또 전체 적립금의 50% 이상을 시중은행이 운용하고 있는데, 업권별 수익률은 은행이 1.6%로 금융투자사(2.54%)는 물론이고 생명보험사(1.99%), 손해보험사(1.79%)보다 크게 낮다.이를 보완하고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에 있는 ‘기금형퇴직연금제도’다. 이는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적립하고 기업이나 가입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해 가입자의 퇴직시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현행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계약형으로 불린다. 사용자, 즉 기업이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계약해서 퇴직연금 제도 운영 업무 전체를 위탁하는 식이다.반면 기금형은 기업에서 독립된 연기금 수탁법인을 설립해 노사협의회 등이 기금운영관리 전반을 결정하고, 필요시에 자금운용을 외부 전문기관에 일임하는 구조다. 하나의 독립된 연금전문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것과 유사하다.기금형은 기금투자의 유연성이 크며, 수급권자인 근로자 의견 반영이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수탁기관 내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를 통해 자금을 운영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전문성과 수익률이 높일 수 있다. 이미 기금형의 성공 모델로 호주의 연금펀드 경우 수익률이 연평균 9.2%에 달한다. 주식 등 공격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과를 높이기 때문이다.자산운용사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생산가능 인구가 자꾸 줄고 있는데, 미래 세대에 대한 현재 후손들의 부담이 자꾸 커지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목표설정을 원금이 아닌 물가나 경제 성장률 이상으로 설정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다만 우리나라가 이같은 제도를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투자자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 직장인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모델 자체가 원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디폴트 옵션’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에서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의 구체적인 의사표현 없이 자동으로 가입 또는 운용되는 제도적 장치다.현행 퇴직연금제도에서는 디폴트옵션의 투자 대상 상품으로 ‘1년 만기 원리금보장상품’과 동일한 투자 전략만을 한정하고 있어, 자동운용상품에 관한 이러한 규정 자체가 원리금보장상품 집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디폴트옵션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의 역할을 초기 포트폴리오 구축과 이어지는 상시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분리해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다”며 “실적배당상품의 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표준화되고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실적배당상품의 장기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디폴트옵션의 도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