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백혈병 근로자 산재 인정
2011-06-23 서정철 기자
재판부는 "황씨 등이 근무하던 공정에서 각종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이런 물질이 모두 외부 배출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황씨 등은 기흥공장 3라인 3베이에 설치된 수동설비에서 근무하며 유해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됐을 것"이라며 "극히 미약하지만 전리방사선에도 노출된 것으로 보여 이런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 측이 2006년 6월 뒤늦게 유기화합물 감지시스템을 구축했고 황씨 등이 일한 3라인은 시설이 가장 노후됐던 사정도 있다"며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설사 유해화학물질 노출량이 허용기준보다 적었다 하더라도 개인 면연력에 따라 백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씨 등이 오랜기간 기흥공장 3라인에 근무하며 백혈병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 볼 수 있어 질병과 업무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며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피해근로자들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절단·도금 공정, 엔지니어 등 황씨 등과 다른 업무를 맡아 직접적인 발병 원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판결 직후 "일부 산재가 인정된 것은 희망적이다"면서도 "각자 맡은 공정이 다르더라도 작업환경은 같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입증자료를 더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의지를 밝혔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다니던 중 백혈병 진단을 받은 김씨 등은 "방사선 발생 장치가 있는 현장에서 수년째 근무하며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다 보니 백혈병을 얻게 됐다"며 산재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소송을 냈다.
황씨 유족들은 황씨가 2007년 3월 백혈병 투병 중 사망해 산재를 신청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삼성반도체 온양공장과 삼성LCD 기흥·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등을 앓게된 근로자들도 행정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