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이 풀어야 할 난제는
금융가 ‘구원투수’로 명성…급한 불 끌 수 있을까?
세계적 증시 불황기의 역주행…확장 경영으로 조직 방만화
이형승 전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지점 수 4개→30개로 확장
기강 해이도 심각…첫 대외활동이 ‘검찰 조사’일 뻔한 조강래 사장
조직 슬림화·고객 서비스 축소, 후폭풍 어디까지? 업계 관심 집중
하지만 조 사장이 2008년 10월 취임해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스카웃되면서 사직한 5월까지 불과 2년 8개월 사이에 법인영업 본부 신설과 같은 조직 확충과 개편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회사를 흑자전환 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의 상황은 노련한 구원투수인 그에게도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이사회에서 선임이 결정된 직후인 지난 5월, 조 사장은 IBK투자증권이 중소형사임에도 군살과 임원이 너무 많다며 조직슬림화를 시사하면서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조직확대를 꾀했던 전임 사장과 반대로 조 사장은 최우선 과제로 조직개편을 꼽았고, 조 사장의 이 같은 의지에 IBK투자증권 직원들은 구조조정 염려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언이다. 2008년 신설돼 조직 전체가 스카웃인력으로 채워져 내부 결속력이 크지 않은 이 회사에는 노동조합마저 설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인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까지 IBK투자증권의 노조설립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된다면 노조가 설립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IBK투자증권 노조가 신설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승 흔적 지우기
신임 조강래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는 전임자가 남겨놓은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일로 보인다.
조강래 사장은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을 발 빠르게 마친 뒤 즉각적으로 조직개편에 나섰다. 취임 후 불과 일주일여 만인 8일 IB사업, 홀세일, 리테일 등 주요 사업부문의 본부장 물갈이를 단행했다. IB사업본부장으로 대우증권 출신의 정중명 전무가 영입됐다. 과거 대우증권에서 기업컨설팅(현 커버리지 조직) 본부를 이끌었던 정 본부장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IB사업본부에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지난 5월 이사회에서 선임된 직후 조 사장이 “IBK투자증권의 나아갈 방향은 중소기업 IB에 특화된 증권사”라고 공언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중명 전무 영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전까지 IBK투자증권의 IB사업부를 이끌었던 인물들은 이형승 전 사장 서상훈 전 본부장, 허준 전무 등. 그러나 이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낸 채로 자리를 비워야 했다. 반면 이번 정중명 신임 본부장은 포스코건설, LG이노텍 IPO 주관 계약 등 굵직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IB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홀세일 총괄 부문에는 BNG증권 출신의 이영준 전무를, 경영지원실장으로는 산은자산운용 출신인 김영근 상무를 영입했다. 과거홀세일 사업본부를 담당하던 서상운 전무는 리테일을 총괄하게 됐다. 이번 신규 영입인사들의 특징으로는 조 사장과 과거 호흡을 맞췄던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이영준 전무는 조 사장과 같이 BNG증권에서 넘어왔고 이전에도 유리자산운용과 산은자산운용에서 호흡을 오랫동안 맞춘 경험이 있다. 김영근 경영지원실장 역시 유화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출신으로 조 사장과의 인연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조강래 대표가 IBK투자증권 신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주요 부문 수장을 자신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인사로 편성하면서 회사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주요 부문 수장을 바꾸는 것 이외에도 전임 이 사장이 벌려놓은 조직에 대한 슬림화에 나설 전망이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 한 매체 인터뷰에서 “IBK증권이 중소형사임에도 군살이 너무 많고 임원도 많다”는 말로 앞으로 불어 닥칠 인사태풍을 예고했다. 조 사장은 취임 직전에 몸담았던 BNG증권에서도 조직 슬림화를 기본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회사를 흑자전환시키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 내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조강래 사장이 취임한 이후 회사 내부 파악 등을 하느라 전체 분위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만 답하고 내부분위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직 개편 외에 회사의 실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부담을 가중시켜왔던 ‘로우컷 서비스’도 중단된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7일 회사 홈페이지 공지로 로우컷 서비스를 7월 18일부로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객서비스의 일방적 축소인 만큼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를 접한 대다수의 고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IBK투자증권 고객은 “그동안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를 할 때 거래수수료가 환급되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는데 서비스가 중단이 돼 아쉽다”고 말했다.
내부기강 어찌 잡을꼬
근래들어 IBK투자증권은 부진한 실적을 제외하고서라도 크고 작은 문제로 시달려왔다. 지난 3월에는 직원이 수백억원대의 고객 자금을 편취해 유용하다 적발됐으며 5월에는 ELW 부당거래 문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