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만한 권력은 심판 받는다

2019-06-14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우리 국민의 정치적 정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오만한 권력에 대한 거부감이다. 정치적 행위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보고, 말의 진위보다는 말투로 드러나는 진정성을 먼저 따진다. 이를 감안하면 민주화 이후 진보진영 최대의 승리로 꼽히는 6‧13선거결과를 두고 여권 전체가 자만을 경계하고 나선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문재인 대통령은 개표가 모두 끝난 14일 “국민께서 정부에 큰 힘을 주셨다.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 닿는다. 감사드린다”며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또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텐데도 믿음을 보내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말에는 대통령의 진지한 고민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지켜야 할 약속들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쉽지만은 않은 일들이지만 국정의 중심에 늘 국민을 놓고 생각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나가겠다”고 했다.승리의 직접적인 주체인 여당 내에서도 승자의 오만과 독주를 스스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우리 국민은 지역주의와 색깔론, 냉전 시대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평화와 민생, 번영의 미래를 선택했다. 국정을 발목 잡던 세력에겐 확실하게 회초리를 들어줬다. 집권여당이 문재인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해서 평화로 경제를 만들고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는 지엄한 명령이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유권자의 새로운 선택은 한국 정치사를 새롭게 구성하는 전환기적 선택이 될 것이며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면서도 “높은 지지율과 득표율에 자만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와 지방정부, 민주당이 원팀으로 산적한 현안을 챙겨나가겠다”고 했다.민주당 백혜련 대변인 역시 “추상같은 국민의 명령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민심을 받들어 책임정치 실현에 더욱 노력하겠다.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박경미 원내대변인도 “압도적인 승리에 취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은 민심의 진의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같은 국민의 명령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들의 선택에 결코 후회가 없도록 오만과 독선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오늘의 이 각오와 다짐을 되새길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했다.과거 민주화 정치세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오만을 경계하지 못한 탓에 몰락하곤 했다. 87년 6월항쟁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나만이 국가지도자의 자격이 있다’는 정치보스들의 오만으로 인해 정권 교체에 실패했고, 결국 군부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틀린 역사를 남겼다. 또 유례 없는 참여민주주의로 진보정권 10년의 역사를 만들었지만 내부총질과 권력다툼으로 기득권이 돼 버린 민주화세력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굳게 지켜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