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MBC…희대의 코미디?

한국PD연합회 “앞 다퉈 ‘나는 바보다’ 외치는 MBC 경영진”

2012-06-27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김경탁·송병승기자]

시사교양국 PD들이 교체됐다. ‘정치색’ 때문이란다.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청취율’ 때문이란다. 라디오 진행자가 하차하거나 잘렸다. 11년간 라디오에서 뉴스 브리핑을 해오던 시사평론가도 잘렸다. PD가 연합회 행사에 참여 했다고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외부 활동으로 인한 회사의 명예회손’ 때문이란다. 모두 ‘MBC’에서 벌어진 일이다.

황금알 낳는 프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김미화 사퇴 후 청취율 급락
‘정치색 논란’ 불똥 튀면서 강제 퇴출 당한 김흥국 “마녀사냥이다” 반발

MBC, 개인적으로 참여한 ‘토크 콘서트’에도 “경위서 제출하라”
한국PD연합회 “웃자고 한 일에 유독 MBC만 죽자고 달려든다”

지난 3월 소망교회 사태를 취재하던 MBC <PD수첩> 최승호 CP(책임 프로듀서)가 비제작 부서로 발령되는 일이 발생했다. MBC 측은 “최승호 PD는 유능하지만 정치색이 과도하다”면서 “<PD수첩>의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의 정도가 지나쳐 <PD수첩> 제작진 교체는 정치적 탈색을 위해 필요하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김미화 ‘자진사퇴’…외압 논란

최승호 CP의 좌천은 시작에 불과했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라디오를 자진 사퇴하면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김미화는 지난 4월25일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DJ를 스스로 그만뒀다.

김미화는 이날 오후 2시께 트위터에 “오늘부터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을 접으려 한다. 이젠 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서둘러 드리게 될지는 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코미디언인 제가 지난 8년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며, “MBC에서 일하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들만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김미화는 2009년 봄철 프로그램 개편 때도 <시선집중>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교체 대상자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MBC는 제작비 절감 차원 퇴출이라고 밝혔으나 PD들이 명분 없는 결정이라며 제작 거부, 연대투쟁 등으로 반발한 끝에 유임이 결정됐다.김미화는 자진하차 하루 전인 4월24일 트위터에 “지금 MBC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답답합니다. 해당 MBC 임원들은 개편이 며칠 밖에 안 남았는데도 진행자인 저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김미화가 라디오에서 하차하자 MBC 노조는 “김미화가 외부 압력을 받았으며 이를 이우용 라디오 본부장이 지휘했다”며 이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MBC 노조는 4월26일 성명서를 통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결국 김미화씨의 자진하차라는 형식으로 파국을 맞았다”며 “형식은 자진하차지만 그간의 과정을 보면 압력에 의한 하차”라고 주장했다.이어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교체를 결정한 바 없다고 거짓말하면서 교체작업을 비밀리에 착착 진행해 왔다”며 “담당CP와 PD도 배제했다. 담당PD는 후임자의 이름을 어제 처음 듣고 그 순간까지 김미화 씨의 하차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노조는 “라디오 전체 청취율 6위, MBC라디오 광고판매율 2위에 ‘서민의 눈높이에 맞춘 시사프로그램'이라는 독창적 컨셉트의 MBC 대표 상품을 잃어버렸다”며 “이우용 본부장의 졸속개편 결과가 몇 달 후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우용 본부장과 경영진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김흥국에게 튄 불똥

김미화의 자진 하차는 MBC 프로그램 진행자의 정치참여와 관련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김미화가 퇴출당하자 MBC 노조는 “김미화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하차 당했는데 MBC는 김흥국씨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4·27 재보궐 선거 당시 김흥국이 경기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이우용 MBC 라디오본부장은 “현장에 녹화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증인도 없다”며 “마침 조기축구회가 열리니 가서 축구 얘기만 하고 온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선거운동을 했다는 증거가 한 톨이라도 나오면 즉각 교체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후 김흥국의 선거운동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흥국에 대한 강제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6월12일 김흥국은 <김흥국 김경식의 2시 만세>에서 퇴출당했다. MBC는 “일신상의 이유로 김흥국씨가 스스로 그만뒀다”고 발표했으나 김흥국은 “라디오본부장 등으로부터 나가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13일부터 17일까지 MBC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고 17일에는 삭발식도 단행한 김흥국은 “정몽준 의원과의 친분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방송에서 견해를 표명하는 등 방송을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더불어 그는 “방송에서 만약 정치 성향이 문제가 됐다면 처음부터 채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뒤늦게 문제삼는 치졸한 작태는 그야말로 MBC만이 가능한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김씨는 또한 “연예인들을 방송의 부속물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MBC는 라디오 진행자의 자격이 어떤 것인지, 예능 오락 프로 진행자인 내가 어떤 사유로 경고 등 사전 주의 조치도 없이 퇴출됐는지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김흥국씨를 거론한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김미화씨를 하차시킨 무원칙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요구였는데 엉뚱하게 김흥국씨가 피해를 입게 됐다”며 황당한 심정을 전했다.정치색 때문에 하차당한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표준FM <김어준의 뭔가 색다른 상담소>에서 금요일의 ‘다 상담’ 코너를 맡았던 정희준 동아대 교수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맡았던 김종배 시사평론가 역시 비슷하다.정희준 교수는 두 번째 방송이 이뤄졌던 지난 5월20일 세종시, 신공항, 과학벨트 등을 둘러싼 지역갈등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는 청취자의 질문과 관련한 상담을 진행한 후 더 이상 코너를 맡을 수 없게 됐다.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경우, 11년 동안 뉴스브리핑을 맡으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한 축을 맡아온 인물이지만, 지난 5월 31일 방송에서 “뜻하지 않게 갑자기 작별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하차 소식을 알렸다.

개인적 활동도 통제사항?

MBC에서는 정치적 활동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활동도 제한하려하는 황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6월3일 한국 PD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크 콘서트 ‘나는 PD다-2011 PD들의 수다’에 참여한 PD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당시 사회를 본 김어준씨의 라디오 프로그램 퇴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MBC 표준FM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MBC, KBS, SBS, EBS, CBS의 예능?시사교양 PD 9명이 참여했다. 유일하게 행사 참여를 문제 삼은 곳은 ‘MBC’ 한 곳 뿐이다.

MBC 측이 행사에 참여한 PD들에게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알려졌다. 해당 PD들이 대외 발표 등을 하면서 외부활동 신고를 하지 않아 취업규칙 위반의 소지가 있고, 외부 활동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현재 거의 모든 지상파 PD들은 ‘한국PD연합회’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PD들의 수다’는 한국PD연합회가 주체한 행사였다. 즉 행사에 참여한 PD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 행사에 참여한 것인데 MBC는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더군다나 행사가 정치 집회나 파업 결의대회 등의 형식이 아닌 여러 방송사 PD들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이었는데도 MBC는 참석PD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한국PD연합회는 MBC의 문제에 대해 14일 “누가 더 바보인가?-문화행사 ’나는 PD다‘에 참여한 PD에게 ’경위서‘를 받는 MBC”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PD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최근 MBC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에 실소를 금치 못 한다”며 “같은 행사에 참여한 다른 방송사에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경위서가 MBC에서만 요구되었다는 것이 현 MBC의 모습을 보여준다. 웃자고 한 얘기에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PD연합회는 “과연 누가 바보인지 지켜볼 것”이라며 “지금 MBC 경영진은 앞다퉈 ‘나는 바보다’를 외치고 있기에, 우리는 이 희대의 코미디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의 총선 출마에 방해되서?

‘MBC스페셜 - 여의도 1번지의 사모님들’ 영구불방 파문

24일 방송될 예정으로 예고편까지 나간 <MBC스페셜 - 여의도 1번지의 사모님들>이 경영진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방 조치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MBC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가 22일 “MBC스페셜 무단불방,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강력 반발했지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24일 “오늘 뿐 아니라 영구불방이며 다른 여지는 없다”는 입장을 최종 확인했다고 한다.

“국장 기획 승인부터 시사, 예고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준비된 상황에서 갑자기 방송이 폐기처분된 것 창사이래 처음”

24일 방송될 예정으로 예고편까지 나간 <MBC스페셜 - 여의도 1번지의 사모님들>이 경영진과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방 조치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MBC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가 22일 “MBC스페셜 무단불방,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강력 반발했지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24일 “오늘 뿐 아니라 영구불방이며 다른 여지는 없다”는 입장을 최종 확인했다고 한다. 평PD협의회는 “이번 방송은 ‘정치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과 관련해 정치인 아내들의 애환을 그린 휴먼다큐일 뿐 아니라 정몽준, 홍준표, 오세훈 등 여당 인사와 최문순, 강기갑 등 야권 정치인을 질적/양적으로 균형 있게 다루는데 만전을 기한 작품”이라며 반발을 이어갔다. 협의회는 “국장의 기획 승인부터 시사, 예고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다 준비된 상황에서 이렇게 갑자기 방송이 폐기처분된 경우는 MBC 창사이래 처음 있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윤길용 국장 본인 스스로도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던 방송”이라고 강조했다.협의회는 “윤 국장은 홍준표 의원의 당대표 경선 출마,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 등 변수가 생겨 ‘정치적 중립’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전당대회나 주민투표 이후에 문제될 부분은 모두 수정해서 방송하겠다’는 요청에도 영구불방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그때 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 국장의 해명. 협의회는 “그럼 PD는 미래도 볼줄 알아야하나? 예측 가능한 아이템만 방송해야한다면 앞으로 MBC시교국은 급변하는 정치상황은 다룰 수 없다는 건가”라고 반발했다.더 황당한 일은 이를 따져 묻는 시사교양PD들에게 윤길용 국장은 “CP와 PD가 모두 여자라서 정치감각이 떨어진다”, “여자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적지 않나” 등 성차별적인 폭언마저 일삼았다는 것. 협의회는 이에 앞서 22일자 성명서에서 “우리는 경영진이 필사적으로 이 방송을 막는 배후에 ‘경남 사천’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지역에 누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 사천은 2008년 총선 당시 거대 여당의 사무총장을 누르고 당선된 강기갑 의원의 지역구인 동시에 김재철 MBC 사장의 고향으로, 김 사장은 내부적으로 내년 총선 출마 준비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주말마다 고향을 찾아 지역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