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 재소자에 폭행당했다면 국가 배상책임"
2008-07-22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교도소에 함께 수감된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변희찬)는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수감자와 같은 방에 수감됐다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A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8억2000여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5년 11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었으나 수형 생활 중 싸움이나 소란행위가 잦아 특별관리대상자로 지정됐다. B씨는 존속상해죄, 특수강도죄 등으로 6차례 실형을 선고 받았고, 2004년 4월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 B씨는 여러 차례 폭행사건으로 추가 실형을 받았을 정도로 폭력 성향이 강했다. A씨는 다시 소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며 독거수용실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고, 당시 과밀 수용상태로 어려움을 겪던 교도소측은 A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죄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아 수감 중이던 B씨와 한 방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교도관에게 "형제처럼 잘 지내겠다"고 말했던 B씨는 지난해 4월 A씨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잠든 A를 폭행해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A씨와 가족들은 "교도관들이 사고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분류수용 및 감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지난해 8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의 죄질과 성격, 범죄 경력을 면밀히 조사해 사고 가능성이 많은 수용자는 분리 수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폭력 성향이 있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살인 전력이 있는 B씨와 일반 수감자인 A씨를 함께 수용한 것은 직무집행상 과실로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방에 2명이 수용됐을 경우 한쪽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교도관의 제지가 없는 이상 이를 막기 어렵고 달리 피신할 만한 장소가 없으므로 보다 세심한 주의와 감시가 필요하나 교도관들이 형식적인 감시와 시찰만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 이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