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수상한 움직임, 증폭되는 김성호 법무장관 경질설

청와대는 부인하고 경질설은 난무하고…노무현 대통령 ‘김성호’ 딜레마에 빠지나?

2008-07-26     최봉석 기자

한나라당 “김성호 장관 교체는 청와대 정치공작”

청와대 대변인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반박

<매일일보닷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보수적인’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그동안 청와대와 입장 차이를 보였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것일까.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야당의 거센 비난을 살 가능성 농후함에도 청와대는 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뒤 후임자를 찾아 나섰고 교체 시기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 장관의 거취에 따른 청와대의 ‘수상한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난데없이 김 장관의 일거일동이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재임 1년을 한 달 앞둔 김성호 장관, 과연 노 대통령과 임기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최근 현안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의 김성호 법무부 장관 교체설에 물음표를 달았다. 일부 언론이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먹이며 경질설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 시기와 후임자 인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청와대는 “현재로선 교체 계획이 없다(24일)” “법무장관 교체 계획이 전혀 없다”(25일)며 ‘경질설’을 일축하고 있다. “인사권자(노무현 대통령)가 장관 교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게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의혹에 대한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의 답이다. 청와대측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 장관에 대해 “일 잘하는 장관”이라고 칭찬하며 그런 까닭에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둔터라, 청와대가 ‘선거관리 주무장관’인 법무장관을 경질하려 하고, 이는 결국 노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청와대와 김 장관의 ‘어색한’ 관계

정치권 내에서는 청와대와 김 장관의 ‘써먹한’ 관계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김 장관 경질설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오히려 훨훨 타오르는 모양새다.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김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제9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서 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김성호 법무장관은 나름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원칙과 소신을 갖고 바른말을 했던 장관”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낸 마당에 정 반대의 법 해석을 했으니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청와대의 ‘심기’를 단단히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법이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겠다”, “불법파업으로 (노조가)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등 ‘친기업적 행보’를 보인 것도 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법무장관 불구, 친기업적 행보 보여와

실제로 시민단체는 “법무부가 지나치게 기업 편을 들고 있다”며 김 장관이 취임 이후 잇단 친기업적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문제삼아 왔다. 지난 5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때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발언해 시민사회단체의 맹비난을 받는 등 ‘법무부=기업’ 논란에 불을 지피는 장본인이 되기도 했다.김 장관은 올초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도 거침없이 친기업적 발언을 내뱉었다.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역시 “분식회계를 자진 신고하는 기업들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고 말해 청와대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이런 전후과정 속에서 청와대가 최근 들어 ‘수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터라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에 제기한 김성호 경질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가청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진씨는 김 장관 후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문재인 비서실장이 후임자 물색을 위해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을 만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8월29일 임기를 마치는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결심’, 정치권 일각 반발 우려

알려진 바에 따르면 - 물론 유동적이지만 - 청와대 역시 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그러나 대선 전에 김 장관을 갑작스럽게 교체하는 것은 코드인사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실제 한나라당이 ‘교체 중단’을 외치고 있는 터라 청와대 입장이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각종 수사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검찰을 적극적으로 지휘해서 대통령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특히 정치공작을 계속하고 검찰수사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비꼬았다.결국 청와대 입장에선 법무장관을 교체할 의지가 분명하다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보다는 김 장관이 스스로 사퇴하는 게 청와대 입장에선 무엇보다 반가운 ‘경우의 수’다. 법조계 주변에선 이 때문에 김 장관이 자진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김 장관 교체설을 계속 흘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경질설에 따른 정부와 한나라당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