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DJ ‘정권사수’ 프로젝트

갈등 관계 벗어던지고 한발씩 양보하며 ‘공식 연대’ 가시화…제3지대 신당으로 한나라당을 잡아라!

2007-07-27     최봉석 기자

노 대통령 ‘열우당’ 포기, 김 전 대통령 ‘민주당’ 포기
대선 레이스 양대 사령관으로 등극, 대통합에 ‘적극적’

[155호 정치] 범여권의 ‘정권재창출’ 작업과 맞물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 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사수의사를 계속 고집하지 않고, 김 전 대통령이 ‘훈수정치’를 통해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정권재창출이라는 통일된 목표를 위해 전ㆍ현직 대통령이 한마음 한뜻으로 ‘연대’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분열구도와 낡은 정치에 대한 ‘개혁’을 내걸고 민주당을 탈당, ‘민주당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민주당을 극심한 분열 상태에 빠지게 했다. 민주당과 호남을 배신(?)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던져줬던 셈이다.노 대통령은 또 대북정책과 관련, ‘국민의 정부’의 자랑이었던 ‘자주권’ 및 ‘자주외교’와 어긋난 행보를 보여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부대를 파병하라고 지시한 것은 그 대표적 예다.김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정책 계승자’임을 자처했던 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김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순 없다”는 진보세력의 논리와 주장대로 대북송금 특검을 도입해 국민의 정부 시절 대북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박지원 등)들은 결국 감옥에 들어갔고 노 대통령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고 깊었을 것이 분명하다.정치권에서는 두 전ㆍ현직 대통령의 관계가 묘한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두 사람은 도무지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결론까지 내린 상태로 치달았다.

‘갈등 속’ 놓았던 손, ‘위기 속’ 다시 맞잡아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 두 사람은 ‘노선’과 ‘가치’가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트러블을 겪으면서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손을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범여권 지지율로는 죽어도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두 사람은 자기 진영의 ‘사령관’으로서 다시 손을 맞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있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힘’은 어찌보면 ‘절대적’이다.그런 까닭에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설파해 ‘정권 사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철학과 노선을 계승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길 끊임없이 갈망해 왔다.두 사람의 연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신들의 ‘고집’을 잠시 포기하고 대선승리를 위해 거침없이 ‘양보’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범여권 대통합, 즉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범여권이 가속도를 내는 원동력이 됐다.노 대통령은 그동안 당 해체론의 목소리가 당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의 ‘당 사수론’의 입장을 다시말해 ‘열린우리당 중심론’을 지지해왔고,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중심론’을 고집하는 바람에 양측의 갈등의 증폭됐고 범여권 통합 속도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거침없이 ‘양보’, 신당 창당 가속도 붙어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13일 남북정상회담 7주년을 맞아 SBS와 가진 대담에서 “현 대통령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 당선시킨 대통령이다. 민주당 중심으로 다음 후보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언급, 통합의 중심은 민주당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마인드는 7월 들어 확 바뀌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도 함께 바뀌는 중이다.왜 바뀌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당초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의 사명’이라면서 6월 안에 대통합을 완성하기로 했으나 분열과 대립으로 질질 시간만 끌다 실패했다. 이후 범여권은 한결같이 7월 ‘원샷 대통합’을 역설했으나 이 역시 지지부진했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 아래 ‘당대당 통합’의 핵심 축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사령관’격인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한발씩 양보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형국이다.‘제3지대 대통합 신당’은 김 전 대통령의 ‘훈수’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평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막후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정치 불개입 원칙’을 깨고 정치권 일각의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정치 훈수를 두는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이라~”는 식의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 전 대통령 ‘훈수정치’로 범여권 좌지우지

김 전 대통령은 ‘훈수 정치’와 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정치를 오래한 사람이고 대통령까지 했으니까 소위 원로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선배로서 후배에게 훈수하는 것”이라며 “내 이야기는 국민이 희망하니 여권이 하나로 뭉쳐라, 야당은 하나로 돼 있으니까 1대1로 해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라고 말했다.어찌됐든 정리를 하자면, 김 전 대통령 ‘훈수’의 핵심은 “무조건 대통합하라”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범여권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범여권 대통합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훈수를 조금 쉽게 풀이하자면 ‘우리당을 계승하는 신당’을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또 민주당이 그동안 고집해왔던 ‘친노배제론’을 접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도 제3지대 창당을 위해 일부 친노 의원도 탈당 대열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서갑원 의원과 김형주 조경태 등 친노 직계 의원들은 지난 24일 ‘대통합’을 외치며 우리당을 탈당했는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친노세력의 대표주자인 유시민 전 장관도 대통합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물’에 노무현 대통령도 ‘선물’로 화답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우리당은 이제 확실히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급기야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마저 25일 탈당해 박상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사실상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김 의원의 탈당은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DJ 선물에 盧 대통령도 ‘선물’ 공세?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바꿔 말하면 전ㆍ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대통합 신당 창당 작업에 주도적 역할로 나서면서 올 대선을 당대당(1대1) 구도로 치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놨다는 것이다.결국 두 사람의 바람대로 오는 8월5일 ‘제3지대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이 공식적으로 창당하게 되는데, 여기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도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열린우리당 강경 사수파로 알려졌던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대통합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합신당이 순조롭게 진행돼서 다행”이라며 “대통합신당이 국민이 보기에 이만하면 됐다하는 수준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당대당통합 위해 대통합신당 관계자들과 공식적인 접촉을 준비할 것”이라며 “준비와 진행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