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긴급함’ 전혀 없다는 게 문제”

박자은 한대련 의장 “대학생들은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 고지서 걱정”

2012-07-04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송병승 기자 ] 지난 6월28일 청계광장 인근에서 만난 박자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은 많은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까까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난 5월1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또래의 여대생들이 화장을 하고 몸치장을 할 나이지만 박 의장에게는 그것보다 더욱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었다. 박 의장은 “내성적인 성격”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차분한 말투에서 그의 성격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철 여대생’ 이라는 별명처럼 그의 말에선 결의가 느껴졌고 누구보다 절실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원했다.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실현’ 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한대련은 청계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한 달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고 지난 6월29일에는 ‘범국민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등록금 문제의 근원은 보편화된 대학교육과 기업화된 대학
단순히 비싸다는 게 아닌,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라는 것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삼보일배’ 마지막 날인 6월28일, 박자은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촛불 집회 현재까지의 성과와 한계점에 대한 총평을 부탁한다.

△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치권의 관심밖에 있었던 ‘반값 등록금’ 문제가 논의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는 성과라고 본다. 각 당이 서로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도 성과다.

한계점은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의 답을 얻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 대학생들의 의제가 밖으로 표출된 것이 오랜만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장기화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 등록금 투쟁은 ‘춘투’라 불릴 정도로 매년 대학 내에서 진행해 왔던 연례 행사였다. 유독 올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 진짜 이제는 못 참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등록금이 2009·2010년에는 많은 대학에서 동결됐다. 전반적으로 대학가가 안정화 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2011년 초에는 사립 10개 대학 중 7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 둘 문제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더 이상의 등록금은 감당 할 수 없다는 측면도 많이 있다. 이러한 이유가 올 해 등록금 투쟁을 길게 가져올 수 있게 된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 한나라당이 내놓은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책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긴급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당장 다음 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걱정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교육은 백년 지 대계”라며 장기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2014년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한다.

물론 점진적인 계획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결단도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정책은 너무 속도가 느리다. 또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은 정책이다.

- 반값 등록금에 대한 한대련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 조건 없이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고 하는 것이다.

- 시행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주장을 한다. 당장 2학기가 되면 좋겠으나 1년 단위로 예산이 짜여 진다고 하기 때문에 2학기가 어렵다면 내년부터라도 시행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 '강철여대생'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 ‘개인 박자은’은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직책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있고 활동하다 보니 대외적인 모습에서 이런 별명도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한 이미지는 등록금이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 부당함을 알리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거리로 나왔던 학생들의 진취적인 모습을 긍적적으로 평가한 별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이 여태까지 이기적이고 사회에 무관심한 존재로 평가받았다고 한다면 현 시대 대학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한대련은 6월10일 ‘반값 등록금 실현’과 관련해 집중집회를 진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인원이나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원인을 꼽는다면.

△ 현재 농활기간으로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농활을 가 있기 때문에 당장 청계광장에 모이는 인원은 줄어 보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단순히 정계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과 지역 간의 온도차이가 심한 현실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지역에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이 문제를 체감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장기 국면으로 갔을 때 힘들어 지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농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농활을 간 친구들이 지역에서 지역의 촛불을 들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현재 한대련 농활대가 1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 시군군에서 집중 촛불을 밝히고 있다. 여전히 촛불은 이어져 가고 있고 반값등록금 문제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 앞으로 반값등록금 실시 투쟁의 진행방향은.

△ 7~8월에는 집중집회 날짜를 3~4번 잡아서 한 번에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 시기를 잘 활용해서 모인 사람들도 성공적이고 승리적으로 기억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 등록금 문제가 생긴 근본적 원인과 해결방안은 어떻게 보는가.

△ 근본적 원인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역할을 하기 힘든 사회 구조나 풍토 때문으로 본다. 그 때문에 대학을 학업 의지나 연구하고자 하는 소수가 선택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진학해야 하는 인식이 생겨났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김영삼정부 때 설립이 자유화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학들이 전문인력 양성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화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어떤 의미고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가 제시하는 문제도 단순히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이 아니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통해서 교육의 공공성을 국가가 담보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보편화되어 있는 대학 교육을 이 사회는 어떻게 받아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재정은 얼마나 확충해야 어떤 지원을 할 수 있고 어떤 대학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함께 됐을 때 등록금에 대한 본질적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고민들은 개별 대학이 각각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문제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이 선행된다면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