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쓸려간 ‘4대강 살리기’
4대강 공사현장, 장마 시작으로 붕괴 등 우려 상황
[매일일보=송병승 기자] 전국이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올해 장마는 강우량이 평소보다 많고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면서 4대강 공사 현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올해 장마가 4대강 심판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는 4대강 준설로 홍수 발생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져 여름장마나 호우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그러나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문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장마가 시작하기도 전에 내린 봄비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고,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문제들은 더욱 심각해졌다.2달 만에 또 터진 구미지역 단수 사태…지역 주민들 걱정 끊이지 않아
대구환경연합 “완충작용의 대책 쓰지 않는 한 폭우시 대형 피해 분명”
1905년 건설, 2008년 문화재 선정된 ‘호국의 다리’…100여㎜ 비에 ‘붕괴’
칠곡군민들 “낙동강 교량 보강공사 때 전체 교량 보강하지 않았기 때문”
연이어 발생한 경북 지역 ‘단수 대란’
지난 5월8일 낙동강 구역 28공구 내 설치된 해평광역취수장에서 가물막이가 수압을 이기지 못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물막이는 수자원공사가 취수장으로 유입해야 할 강물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임시로 만든 3m 높이의 보로 200m 가운데 50m 가 무너졌다.
가물막이 붕괴 사태의 원인은 4대강 정비 사업으로 강바닥이 준설되면서 수량이 늘고 물 흐름 속도가 빨라져 침식된 지반을 고려하지 않고, 수압 등을 제대로 계산해 돌망태 등으로 튼튼한 물막이를 하지 않고 단순보이기 식으로 허술하게 흙과 모래만 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고 없이 발생한 사고로 인해 구미 지역에서는 단수가 5일 동안이나 이어졌고 주민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당시 사태로 인해 수돗물 공급이 최대 5일동안 끊긴 구미와 칠곡, 김천으로 중심으로 50여만명의 식수 대란과 구미 공장 등의 피해액을 합치면 37억여원에 달한다는 잠정 집계가 나온 바 있다.
다가올 장마철로 인해 구미 인근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
대구 환경운동연합은 “정부 측은 보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준설과 강의 직선화 작업으로 유속이 2~3배 빨라지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완충작용의 대책을 쓰지 않는 한 폭우시 대형 피해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의 우려와 시민단체들의 경고는 채 2달이 지나지 않아 현실화됐다. 구미에서 6월30일 또다시 대규모 단수사태가 발생한 것.
구미시와 한국수자원 공사는 6월30일 오전 3시30분 경 구미4공단으로 이어지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송수관에 누수가 생겨 10개 업체와 주민 4만8천여명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송수관은 길이 800m, 지름 1.1~0.8m이며, 강바닥 2.8m 깊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강바닥 8~9m 아래에 묻혀 있었지만, 4대강 사업으로 수심 6m까지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얕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구미 양포, 옥계 장천 등의 물 공급이 전면 중단됐고 구미시 4공단 일대 250여개 업체에도 공업용수 공급이 되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취수장 부근에 배를 띄워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쉽게 찾지 못했다.
녹색 연합은 또 다시 발생한 구미 단수 사태를 ‘4대강 재앙’으로 규정짓고 단수사태가 재발 되도록 공사를 진행한 정부를 질타했다.
녹색연합은 30일 성명을 통해 “30일 새벽 발생한 구미 해평취수장의 단수 사태는 지난 5월 구미역 단수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준설로 일어난 사고로 판단된다”면서 “사고 지역은 정부가 낙동간 준설에 따라 홍수 시 기존의 관로 유실 위험이 있어 새롭게 횡단 관로를 설치한 곳으로 추측되며 이번 홍수 시 수압을 견디지 못해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이어 “실제 지난 5월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홍수 대비 시민공동조사단의 현장 조사에서 땅속에 묻혀 있어야 할 해평취수장 관로가 드러나 있는 등 홍수 시 유실 위험이 큰 곳으로 예견된 지점”이라며 “문제는 4대강 전역에서 준설로 인하여 하천수위가 낮아져 전국의 하천 취수장에서도 이러한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라고 타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 사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4대강 곳곳에서 초기 장마에 교량유실 및 붕괴, 기름 유출 등이 발생했고, 이번에 또다시 구미 취수 중단이라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4대강사업 완공행사에 올인 하지 말고 4대강사업과 관련한 국민의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너진 ‘호국의 다리’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자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준설작업이 원인으로 꼽히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호국의 다리’가 붕괴된 것.
공교롭게도 6·25전쟁 발발 61주년이 되는 해에 전쟁이 발발한 것과 비슷한 시간인 6월25일 오전 4시10분경 경북 칠곡군 약목면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장마로 물이 불어나면서 80여m 가량 교각이 붕괴됐다.
‘호국의다리’로 불리는 이 철교는 1905년 길이 469m, 폭 4.5m로 건설돼 106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2008년 문화재로 지정된 다리다.
이 다리가 100여㎜의 비에 유실된 것과 관련 칠곡 군민들은 “이번 사태는 4대강 사업 준설이 빚은 엄연한 인재”라며 “낙동강 교량 보강공사를 하면서 전체 교량을 보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부른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경북녹색연합은 26일 “호국의다리가 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인해 붕괴된 것에 정부와 관계기관이 책임을 질 것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중단 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905년에 건설되어,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을 낙동강과 함께한 '호국의 다리'가 붕괴 된 것은 무리한 졸속공사 강행과 엉터리 환경평가, 무분별한 준설, 시공사의 이윤추구만 생각한 교각보강 미비로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졸속으로 공사를 강행해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판단을 시인하고 지난 2년여 동안 진행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자연과 국민의 평가에 귀 기우려, 국민에게 사죄하고 4대강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시작 된 장마철 남은 문제점 여전히 많아…
연이어 터진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4대강 사업구간의 홍수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낮다고 보고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4억2천만㎡의 퇴적토를 준설해 홍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여름 집중호우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4대강 수해방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토부는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임시 물막이와 공사용 도로 등의 시설물을 6월 말에서 늦어도 7월말까지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또한 강변에 임시로 쌓아놓은 준설토도 하천 밖으로 빼내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미처 반출하지 못한 준설토는 홍수 소통에 문제가 없는 지역에 쌓아놓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홍수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되는 점들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4대강 공사 현장의 임시 시설물이 지난 봄비 때처럼 속절없이 무너지거나 단수, 붕괴 등의 우려 상황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설에 따른 홍수예방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대강 본류 바닥의 흙을 준설함에 따라 지류와 수위 차이가 더 벌어져 물살이 거세지고 결국 지류의 강바닥이 침식 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정부 측은 보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준설과 강의 직선화 작업으로 유속이 2~3배 빨라지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완충작용의 대책을 쓰지 않는 한 폭우 시 대형 피해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예전과 달리 강물 힘이 거세진 것 등을 감안하면 약한 제방 쪽의 유실 및 붕괴와 특히 낙동강의 다수 교량 붕괴 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제 조사 및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4대강 사업은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