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J노믹스 1년② 소득주도성장론 실험장 된 한국

2019-06-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J노믹스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론이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사회 구성원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득분배를 해소하는 동시에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를 검증되지 않은 가설의 실험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소득주도성장 담론은 참여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던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부경대 교수 시절인 2012년 논문을 내 이론을 체계화, 단기간에 진보진영의 성장이론이자 시그니처 경제담론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진보의 핵심가치인 '분배와 평등'은 물론이고, 보수의 강점이자 진보의 최대 약점이었던 '성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담론이 주장했기 때문이다.대선에서 2연패한 진보진영은 수권능력을 가진 정책정당의 면모를 내외부에 보여줘야 했다. 소득주도성장 담론이야말로 제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진보진영은 너무 서둘렀다. 진보의 집권을 위해 소득주도성장론을 다듬는 과정에서 "도전해서 실패할지라도 하겠다는 간절함을 가져야 한다"(2014년 은수미 당시 의원 토론회 발언)는 주장들이 넘쳐났다. 성공을 담보할 수 없더라도 정책실험을 강행해야 한다는 게 진보의 입장이었다.이는 엄정한 검증 없이 소득주도성장 담론이 진보진영 핵심정책으로 자리 잡게 되는 실수로 이어졌다. 당초 노동계의 이익을 대변했던 이 담론은 이후 탄핵국면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이른바 사회경제적 '을(乙)'들을 보호한다는 경제민주화 개념이 더해지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론은 개방형 현실경제에 적용될 경우의 위험성, 복잡한 경제성장요인과 한국경제의 이중구조 등을 간과한 상태에서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검증과 치밀한 세부로드맵 없이 새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본격적인 정책시행 이후 채 반년이 지나지도 않아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와 최상위 계층의 격차가 2003년 집계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취업자 증가폭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넉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무르는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