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J노믹스 1년① ‘소득성장론’ 검증 안된 이론 ‘한국적 현실’ 만나 뿌리째 흔들

‘임금 오르면 경제도 성장’ 과도한 논리 단순화 / 하위계층이 더 가난해지는 현실에 文정부 고민 / 부작용 대비 로드맵도 없어 앞으로가 더 걱정

2019-06-2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소득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소득주도성장 담론이 현실경제와 부딪히면서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개방경제체제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한국 특유의 이중구조는 소득주도성장 담론을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직격하는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책검증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다면 서민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소득재분배 가능해도 성장은 의문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소득분배다.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증가하지 못해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졌는데 이를 개선하면 가동률이 올라가 규모의 효과가 발생하며 기업의 기술진보가 더 빨라져 생산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측면에서 보면 총수요가 공급을 유도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고 보는 케인즈 학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소비중심 경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투자와 고용이 산출량(수요)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게 담론의 골자다. 그러나 이는 임금 상승을 성장의 요인으로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성장은 자본과 노동 외 인프라 등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류 학계에서 임금인상이 소득재분배 기능은 할 수 있지만 성장정책으로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이유다.❙한국적 현실서 실효성 더욱 의문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고 영세기업·자영업자 등 저숙련 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그 부작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임금인상에 따른 물가·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자체 여력이 없는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그 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올해 4월 1~17시간 단시간 근로자는 전년 대비 7만2000명 늘고, 소득 하위 20% 가구의 이전소득(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외 부에서 받는 지원금액)이 근로소득을 넘기도 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더라도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경제협 력개발기구(OECD)가 생산성 향상이 소득주도성장론 성공의 관건이라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개방경제체제에서 임금 상승은 기업의 해외이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주도성장론 주창자 중 한 사람인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국장부터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과제로 ‘국제적 공조’를 꼽았다.❙앞이 더 걱정… 중장기 로드맵 어디?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수단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주거비 부담 완화·통신비 인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 △중하층 자영업자 실업부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발전 확대 △부자증세로 복지재원 마련 △노동시간 단축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이다. 하지만 첫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부터 벽에 부딪힌 상황. 세제는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로드맵도 공개된 게 없다. 이남신 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정부가 예상되는 부작용을 염두에 둔 로드맵이나 플랜B 등 시나리오 가 있었어야 했다. 임금 이슈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