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근로시간 규제 전면 재검토해야
2018-06-26 연성주 기자
[매일일보 연성주 기자]주 52시간제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6개월 계도 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산업현장의 혼란을 감안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다음달 1일부터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20일 결정했다. 당·정·청이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과 충격 최소화를 위해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가 범죄자로 내몰리는데 대한 걱정이 컸는데 한숨 돌리게 됐다.그러나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지방선거 압승이후 대기업의 요구만 듣고 노동자의 절규는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입으로는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얄팍한 처신으로밖에 볼 수 없다.시행이 6개월 유예됐지만 산업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가시지 않고 있다.특히 고용노동부의 준비 부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영주 고용부장관은 “시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국민을 정책 실험대상으로 삼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고용부가 지난 11일 뒤늦게나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노사 합의로 결정하라는 애매모호한 내용이 많아 기업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버스업계는 대란이 예고되고 있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정 기간 몰입해야 하는 정보기술(IT) 기업, 게임업체 등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건설 현장에 진출해 있는 건설업체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를 맞추기 힘들다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정부와 기업은 6개월 시간을 벌었지만 보완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와 고용부가 적극 나서서 법령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우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가 시급하다. 한국은 2주일 또는 3개월에 불과하지만 미국·일본·프랑스는 1년의 단위기간을 두고 탄력적인 대응을 허용하고 있다. 주문이 몰리면 일을 더하고 나중에 쉴수 있어야 한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경총이 정부에 건의한 연장근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검토할 만 하다.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근로시간 총량 자체를 한시적으로 늘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석유·화학·철강업의 대정비·보수작업이나 조선업의 시운전이 해당된다. 물론 사람을 더 채용하면 된다지만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뽑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글로벌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서 자유롭게 뛰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만 손발이 묶이면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현실을 무시한 채 근로시간 단축을 획일적으로 강제하면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을 크게 낮추고 근로 의욕과 기업 생산성을 동시에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수 있다.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노동시간으로 근로 절대량을 따질 수 없다. 근로 유연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업무의 성취나 질로 생산성을 판단하는 직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 처벌 유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근로시간 규제의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