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의 오양수산 인수전’ 내막추적

오양수산-사조산업 ‘법적갈등’ 두달째…오양수산 이대로 몰락하나?

2007-08-02     최봉석 기자

사조산업 “지금은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과 법적 분쟁 중…”
사조 “김 부회장 대표이사 직무 정지해달라” 가처분 신청
오양수산 “아무런 문제 없다…이대로 당하고 있지 않겠다”

[156호 경제] 오양수산과 사조산업 사이의 ‘법정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故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 지분 인수 문제와 관련, 김 회장의 장남인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대표이사)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조산업 사이의 ‘법적 갈등’이 지난 1일로 두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김명환 부회장의 모친이자 부친의 주식을 갖고 있던 최옥전씨 등 다른 상속인 6명이 사조산업에 오양수산 주식을 양도하기로 지난 6월1일 계약을 맺으면서 어느 정도 장기전이 예상은 됐지만 어느 누구 하나 양보없는 지루한 법적 다툼 속에 양 회사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조산업 계열사이자 오양수산 대주주인 사조CS는 오는 9월1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김명환 부회장의 해임건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김 부회장을 비롯한 현 오양수산 경영진은 과연 이대로 물러나게 되는 것일까.

◇ 양측 공방 어떻게 진행돼 왔나 = 김성수 회장 타계 이후 ‘법원을 상대로 한’ 양측의 공방은 이렇다. 김 회장이 타계하기 바로 전날인 6월1일 최옥전씨 등 유족측은 김 회장이 보유 중인 회사 주식 100만6천438주(약127억원)를 경쟁사인 사조산업측(계열사 사조씨에스)에 매각했다.

이에 김명환 부회장은 같은 달 12일 “사조산업에 오양수산 주식을 양도하기로 한 계약은 무효”라며 주식이 사조산업측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또 “사조산업의 오양수산 지분에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지난 7월27일 냈다.

그러자 사조산업의 자회사인 사조CS는 김 부회장과 이사 2명의 직무를 관련 사건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시키고, 대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중 한 명을 ‘직무대행자’로 선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신청도 함께 내는 등 양측의 법적 분쟁은 가열화되고 있다.

임시주총은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조CS측은 지난 6월27일 오양수산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양수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조CS측은 당초 사조측 인사를 주총 임시의장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법원이 오양수산측 천종규 이사를 선임토록 결정하자, 오양수산 역시 사조CS측이 제기한 ‘대표이사 해임 건’과 ‘이사 9명 추가 선임의 건’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 양측 주장 이렇게 다르다 = 김명환 부회장측은 “계약은 전면무효”라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필적 감정 결과 아버지 김 회장의 위임장 서명이 생전 서명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김 회장의 위임장에 보유주식 수량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점도 계약 무효의 이유로 들었다. 故 김성수 회장이 위임장에 보유 주식 수량을 실제 100만6천438주보다 20여만주나 더 많은 122만2천74주로 기재한 것은 단순한 착오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김 부회장측의 설명이다.

결국 김 부회장측은 “사조CS가 대표이사 해임 등의 건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지만 주식 취득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주총에 참석은 하되)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나아가 “부친이 사망 하루 전인 1일 사조산업과 주식양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계약이 체결됐다 하더라도 부친은 계약 당시나 그 이전부터 이미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말했다.

매매계약 체결 시기에도 김 부회장측은 제동을 걸었다. 김 부회장측은 “사조CS측이 (계약 체결 시기를) 당초 6월1일로 밝혔다가 6월4일로 번복했다”며 “그러나 6월1일과 6월4일 두 날짜 모두 위임 효력이 상실된 날”이라고 지적했다.

사조CS측은 그러나 김 부회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법원이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고 일축한 뒤, 오히려 김 부회장 등이 이사로 선임된 지난해 6월17일 정기 주주총회의 ‘소집 절차’와 ‘결의 방법’ 자체가 법령을 위반하는 등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조CS측은 “김 부회장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고 김 회장의 대리인이 이사진 선임에 대해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표결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이사 선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사조CS는 또 “지난해 8월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주주총회 소집 당시에 대표이사가 아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 향후 전망은, 경영진 물갈이 될 듯 말듯 = 일단 오양수산 김명환 부회장이 법원에 사조산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에 대해 9월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라, 주총에서 사조측의 의결권 행사는 불투명해보인다. 서울지법이 이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기각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아직까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주총에서 김명환 부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부회장의 지분이 6.95%에 불과한 반면, 사조CS의 경우 오양수산의 지분을 50% 가까이 가까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조CS측은 故 김 회장 유족으로부터 취득한 지분과 장내 매입한 지분 등을 포함해 47.63%의 주식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경영권을 획득한 상태. 사조CS는 지난 3월부터 오양수산 주식 11.1%를 사들여왔다. 결국 ‘표대결’에 들어갈 경우 김 부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모두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조산업의 오양수산 인수전’이 한달 남짓 남은 오양수산 임시주총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조CS측의 입장은 간단하다. 오양수산 경영진에 대한 확실한 물갈이다. 사조CS측은 “김 부회장 등이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직무 집행을 계속할 경우 오양수산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오양수산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오양수산측 관계자는 “사조산업의 오양수산 인수와 관련해 시중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