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나 나올 법한 아내 살인극, 결과는 과연?

2012-07-12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한 40대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불화를 겪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부러 조수석 쪽 방호벽을 들이받아 조수석 탄 아내를 기절시킨 뒤 실수로 사고가 난 것 처럼 꾸미기 위해 재차 정면으로 벽을 들이받아 아내를 살해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 사건을 놓고 1·2심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남편 이모(42)씨에 대해 '의심 없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씨의 주장대로 정면으로 방호벽을 들이받은 사고만 났다면, 조수석 쪽에 왜 또 다른 사고의 흔적이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차량 조수석 쪽 바퀴 덮개 부분부터 앞 문짝 부분까지가 찢어져 있는 점, 조수석 쪽 긁힌 흔적에 묻은 페인트가 방호벽 안쪽 철재구조물을 칠한 페인트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그 근거가 됐다.

물론 이씨가 숨진 아내와 오랜 불화 끝에 아내로부터 이혼소송까지 당한 점, 아내의 아버지가 이씨의 숙부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을 놓고 벌이던 송사 문제로 만나게 된 점 등도 감안됐다.

다만 1심에서 징역 15년이었던 형량은, 2심에서 9년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부러 조수석 쪽 방호벽을 들이받았다는 첫번째 사고의 존재 여부가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우선 검찰이 주장하는 최종 사고 전에, 차량이 조수석 쪽으로 방호벽을 스치며 달리다 정면으로 벽을 들이받았을 개연성도 있는 점을 꼬집었다.

색상이 같고 적외선 흡수 스펙트럼 결과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차량에 묻은 페인트와 철재구조물에 도색된 페인트가 같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숨진 아내의 신체에 발생한 손상은 한 번의 충돌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등도 1·2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 근거가 됐다.

아울러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를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하려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간접증거는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질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검찰이 어떤 증거를 새롭게 내 놓을지,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