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저축은행 ‘신용대출업’ 우위선점 노리나

신용대출업 뛰어든 모아저축銀, 대부업 출신 인사 영입…“소비자금융 노하우 있다”

2008-08-03     류세나 기자

모아저축銀 “대출심사∙연체관리 등 경쟁력 높다”
솔로몬저축銀 “대부업 출신 말도 안돼”…“전통 긴 제도권 인사가 더 많은 능력 가졌다”

정부가 대부업 피해 감소와 서민층의 생계, 소규모 창업 등을 위한 금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축은행의 소비자금융기능의 활성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저축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민 신용대출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모아저축은행’.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모아저축은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고금리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인 ‘서민 신용대출’. 정부가 그간 대부업체들이 주로 전담해 온 서민 신용대출을 은행권에 넘기려는 이유는 드라마 <쩐의 전쟁>으로 국민들이 대부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부업으로 인한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2년 카드사태 이후 ‘시중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대출체계가 무너져 신용등급이 중간 수준인 소비자들까지도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는 현실도 중요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은행권이 서민대출시장에 진출하면 대부업체의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외국계가 주도하는 소액 신용대출 시장의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아저축銀, 대부업 부사장 출신 영입
담보대출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저축은행들은 정부의 이번 시책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새로운 이익창출 창구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
저축은행이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대부업체에 맞서기 위해선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이 카드대란 이후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사업을 중단했던 지난 5년 여간 일본계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서민금융시장을 잠식하면서 대출심사나 연체관리 등에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의 은행권 서민 신용대출시장 진출 유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바로 ‘모아저축은행’. 이 저축은행은 1년여의 신용대출사업 준비기간 동안 자체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하고, 지난 6월 소비자금융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저신용자 대출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모아저축은행 소비자금융팀 권경상 팀장은 “담보대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상태였고,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했다”며 “전체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작아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도 서민금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에 대한 모아저축은행의 깊은 애정(?)은 시스템 개발과 담당부서 신설이 전부가 아니다. 중요 핵심 포인트는 소비자금융팀을 신설하면서 국내 중형 대부업체인 리드코프 부사장 출신의 강홍기씨를 소비자금융 담당 본부장으로 영입했다는 것.
강 본부장은 일본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져 있는 아프로금융그룹의 전신인 ANO그룹의 예스캐피탈에서 상품개발 및 대출관련 업무를 총괄해 소비자금융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아저축은행의 대부업인사 영입은 위험이 높은 고금리 신용대출 사업의 특성상 대부업체들의 축적해온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사업에 처음 뛰어드는 만큼 소비자금융에 능통한 인재가 필요했을 것.
이에 대해 권 팀장은 “소액심사, 대출관리 강화를 위해 소비자금융 관련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라며 “강 본부장은 대부업의 중심인 일본에서 소비자금융과 관련한 지식, 경험 등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저축銀, ‘대부업 출신 모시기’가 대세(?)
이외에 최근 들어 신용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HK저축은행도 신용대출 담당부서를 확대하면서 대부업계 출신 인력을 늘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00명의 신용대출 담당 인력 중 20여명이 대부업계 출신”이라며 “이들은 주로 대출심사 파트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들은 소비자금융을 담당하는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형 대부업체 출신 인력들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심사나 연체관리에 있어 기본적인 시스템 외에 대면접촉이 중요하다”며 “이 부문은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들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도 “최근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업체들이 높은 급여를 제시하면서 대부업계 실무 인력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솔로몬저축銀, “대부업 출신 저리가”
그러나 이와 달리 신용대출사업과 대부업 출신 인재를 기피하는 곳도 있다.
지난 2002년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탄생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신용대출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2002년 당시 인수한 저축은행이 바로 신용대출사업의 실패로 한국투자증권에 합병됐기 때문.
한국투자저축은행 전찬우 인사팀장은 “실무진들 사이에서 ‘우리 은행에선 신용대출이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지난해부터 신용대출사업이 검토중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 은행에선 기약 없는 사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와이즈론’을 출시하며 신용대출사업을 시작했다. 전담부서인 소비자금융본부도 뒀지만 모아저축은행과 달리 솔로몬저축은행은 대부업계 출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아무개 팀장은 “대부업 출신의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며 “대부업보다 전통 긴 제도권 출신 인사가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저축은행계를 이끄는 선두기업이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관리 차원에서도 대부업 관련 인사는 말도 안 된다”며 “경력자 채용의 경우 제도권 금융사출신이나 전문 영업인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