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빅3’, 사업비 부풀리기도 'BIG'

삼성·대한·교보, 과다 사업비 책정으로 1조원 챙겨

2008-08-03     권민경 기자

업계 “예정ㆍ실제사업비 단순 비교로 폭리 주장은 억지”

[156호 경제]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 교보, 대한생명이 사업비 부풀리기에서도 업계 1위에서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3개 보험사의 2006년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결산결과 실제보다 많게 책정된 예정사업비로 총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보험 모집인 수당과 계약 유지비, 마케팅 비용 등의 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한 후,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보험납입 부담의 증가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 2006년 회계연도 동안 전체 생보업계의 사업비차익은 총 1조8천800억원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내 생보사로서는 삼성생명의 사업비차익이 4천4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이 3천165억원, 대한생명이 2천805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생보업계 ‘빅3’가 나란히 1위에서 3위에 오르며 업계 전체 사업비차익의 50%가 넘는 수익을 차지한 것.통상 사업비는 보험 모집인 수당과 계약 유지비,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것으로 생보사들은 비용으로 쓸 부분을 ‘예정사업비’로 미리 계산해 보험 계약자가 낼 보험료에 반영한다. 사업비차익이 생기는 것은 예정사업비보다 실제 지출된 사업비가 적기 때문. 결국 생보사가 당초 계획보다 비용을 덜 썼거나, 애초부터 사업비를 과다하게 책정해 남는 만큼의 수익을 챙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지만, 계약자에게는 고스란히 보험료 납입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 사실.업계 관계자들은 사업비차익이 생보사의 가장 핵심적인 수익원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실제로 생보업계는 지난 2001년 비로소 1조7천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사업비차익이다. 생보사의 이익구조는 이차(예정이율과 실제이율의 차이), 비차(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이), 사차(예정사망률과 실제사망률과의 차이) 의 합산치인데, 지난 1999년 이후 최근까지 사업비차익의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사업비차익, 생보사 배불리는 이익 원천?

물론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를 단순 비교해 이에 대한 차익을 통해 보험사가 배를 불린다는 지적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예정사업비는 보험료 납입기간 중 균등하게 발생하지만, 실제 보험사의 사업비 지출은 대부분 계약초기 1~2년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과 비용의 불일치가 발생한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약초기에 예정사업비를 이연하고 차후에 상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예정사업비를 이연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초기 이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향후 반영될 몇 년 치의 사업비로 균등상각하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즉 시스템 상으로는 사업비차익이 초기에 과다하게 발생하게 되지만, 장래에 이연액 만큼 비용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사업비차익이 감소하게 되므로, 생보사의 사업비차익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또 현행 실제사업비 중 제세공과, 협회비 등 기타비용은 사업비로 계상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비차익을 커 보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런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감독당국은 지난 2004 사업년도부터 사업비 이연기준을 예정사업비에서 실제사업비로 변경해 실시하도록 했다.   금감원 보험계리실 관계자는 “예정사업비가 실제사업비를 통제, 관리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는 있지만 이 차익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의 평가기준이 될 수 는 없다”고 설명했다. 생보사 한 관계자 또한 “계속된 저금리 기조로 이차 적자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회사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로 손해를 메우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다 사업비 책정 지적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생보사, 사업비 차익 계약자에 돌려줘야”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보험사가 사업비차익을 통해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계약자들이 내는 보험료 중 얼마가 어떻게 사업비로 쓰이는지를 쉽고 정확하게 소비자들에게 공지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료를 많이 받아 이익을 남긴 뒤 이를 계약자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회사와 주주만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며 “과거 유배당 상품과 달리, 무배당 상품만을 판매하는 현재의 보험상품판매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이나 재경부 등에서는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 이 차익을 고스란히 보험사가 가져간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못박았다. 그런가하면 “금감원이나, 보험개발원 등은 보험사들이 사업비차익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에 대해 ‘쉬쉬’하며 함구하려고만 한다”며 “재경부와 금감원에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조 국장은 덧붙였다.  

업계, ‘사업비 후취’도입, 보험사 참여 저조로 부진

한편, 생보사들의 ‘사업비’와 관련해 보험료에 책정된 이 비용을 중도 해약 때 혹은 만기 시에 떼는 ‘사업비 후취(back-end-loading) 방식 보험도입’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매 중인 보험상품은 계약자가 보험료를 낼 때마다 보험료 중 일부가 사업비로 떼어지는 ‘선취’방식의 상품으로, 계약자들은 한 달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까지 보험사 사업비로 공제됐다.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부터 ‘사업비 후취’ 제도 도입에 관한 방안들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도의 도입은 제자리걸음 상태. 보험사 측에서는, 사업비를 나중에 공제하면서도 설계사에 대한 모집수당 등은 선 지급해야 하는 부담감과 선, 후취 방식 모두 사업비를 떼기 때문에 신계약비 이연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한 고민 등으로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생명보험팀 한 관계자는 “현재 사업비 후취 방식과 관련해 진행중인 사안은 없다”면서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 측에서도 생보사들에 ‘사업비 후취’ 제도 도입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자본력이 좋은 일부 대형사 몇 군데서만 가능한 일이라 단기간 내에 정착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