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년 간 단 한 장의 영수증도 없이 혈세 240억원 사용

상임위 활동 없어도 매달 특활비 지급 '제2의 월급' / 당연한 의정활동에도 인센티브 명목으로 특활비 수령

2018-07-05     김나현 기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참여연대가 3년간 소송 끝에 최근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1296건의 지출결의서를 분석해 5일 공개했다. 그동안 국회는 2011년 87억 원, 2012년 76억 원, 2013년 77억 원 등 총 24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집행해왔으며 이를 증빙하는 영수증은 한 장도 없었다. 국회는 그동안 국정수행에서 기밀유지 활동에 써야한다는 특수활동비의 취지와 맞지 않게, 각종 항목을 만들어 자유롭게 특수활동비를 사용해왔다.▮특수활동비, 제2의 월급?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에게 마치 제2의 월급처럼 매달 지급됐다. 교섭단체대표는 실제 특수활동을 수행하지 않아도 매월 6000만 원을 수령했으며,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상임위원장에게 지급하는 활동비 이외에 ‘법사위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1000만 원을 수령해 법사위 간사 등에게 배분했다. 다른 상임위 법안들의 마지막 관문 노릇인 ‘상원’ 구실을 하는 법사위만 유독 특활비를 추가로 지급받은 것이다.상설특별위원회는 회의가 진행되지 않아도 매달 600만 원의 특수활동비가 지급됐다.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활동이 집중되는 예결특위와, 회의조차 열리지 않아 개점휴업위원회로 비판받아왔던 윤리특위가 그 대상이다. 윤리특위는 해당기간동안 13차례의 회의만 열렸으며, 처리한 징계안은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징계뿐이다.▮월급 이외에 각종 인센티브까지참여연대가 분석한 1296건의 세부지출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의정지원’이었다. 매년 약 41억 원이 지출돼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의정지원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 균등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매달 50만 원씩 의원에게 지급됐으며 마찬가지로 증빙은 필요 없었다.이날 특활비 내역에서는 수령인이 농협은행(급여성 경비)으로만 기재된 금액만 약 59억 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최종 수령인을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돈’이다. 이 특활비 지급방식은 ‘입법 및 정책개발이 균등 인센티브’, ‘교섭단체 활동비’, ‘교섭단체 정책지원비’ 등에 쓰이면서 점차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농협은행이나 농협중앙회 명의 통장으로 들어간 특활비가 국회의원들에게 나눠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의장 해외출장에 7280만 원국회의장의 해외 순방 경비 등 의회외교에도 매년 5억 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가 지출됐다. 2011년 박희태 당시 의장은 약 7280만 원을 출장비와는 별도로 지급받았고, 2013년 강창희 의장은 동남아 순방 경비로 약 5300만 원을 썼다. 국회의장이 국제회의 참석차 공항에 나갈 경우 환송행사 등의 명목으로 150만 원이 쓰이기도 했다. 이 또한 구체적인 용도와 증빙 자료는 없다.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국회의원은 공항에서 VIP룸을 이용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국회의장이 출국할 때마다 매번 공항에서 150만 원을 사용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의회외교 항목에는 현충일 추념식 참석경비, 제헌절 경축식 행사 경비 등도 포함돼 기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는 특수활동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특활비만? 정책개발비 등도 깜깜이한편 국회 내 깜깜이 예산은 특활비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국회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역시 내역을 비공개라 실제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이날 서울고등법원(행정3부)이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해 주목된다.이번 소송은 2016년 6월∼2017년 5월 집행된 입법 및 정책개발비에 대한 영수증, 계약서, 견적서, 집행내역서 등 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다룬 것으로,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이었다.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한 하 대표는 “시민들에게 세금의 사용을 공개하고 설명할 책무가 있는 국회가 예산집행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보공개소송이 진행 중인 20대 국회의 특활비, 업무추진비, 예비금, 의장단 및 정보위원회 해외출장비, 특정업무경비, 정책자료집 발간 및 우송비에 대해서도 의미 없는 소송을 중단하고 정보를 공개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