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의제 설정, 정부가 검증 ‘文정부 개혁 메커니즘’
정권 출범 초기 시민사회 주도하던 모습에서 변화 / 원전 및 대입 정책과 달리 정부 적극적 검증 나서
2019-07-08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비롯한 세제 개편 작업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메커니즘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정부가 시민단체의 의제 설정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민단체가 의제를 설정해 제시하지만 정부의 검증을 통해 현실성 여부를 판단, 이를 청와대가 조율하는 과정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메커니즘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특위는 자문기구” 시민사회에 제동이번 종부세 개편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경제정의를 이유로 종부세만이 아닌 세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했다. 지난 3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2018년 세법 개정안 건의서’가 재정개혁특위(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의 세제 개편 권고안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재정개혁특위는 권고안에서 종부세 인상은 물론이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강화해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자 했다. 또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확대하고자 했다. 그동안 시민사회, 특히 진보진영 시민사회 내에서 공감대를 나눈 ‘공평과세’를 실제 현실화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된다.하지만 이 같은 시민사회의 시도는 정부 관료들의 검증대에 올라야 했다. 그 결과 금융소득 과세 확대와 임대소득 과세 확대는 물론이고 종부세 중 경제에 부작용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도 유보 대상이 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특히 논란이 됐던 금융소득 과세 확대와 관련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타자산소득과의 형평이라든지, 노령자나 연금자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낮출 경우 종합소득 신고인원이 30만 명 이상 증가해 납세협력비용이 늘어나고,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하자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안은 재정개혁특위 권고안과 비교해 어떤 점은 강화됐고, 어떤 점은 완화됐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의제 설정은 수용하되 정책적 관점에서 검증에 힘썼다는 의미다.이와 관련 청와대는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며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것”(김의겸 대변인)이라며 자문기구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이해해온 지금까지의 풍토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와 특위 권고안이 다른 것을 “재정특위에 대한 독립적인 운영을 정부가 보장을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집권 2기 시민사회 의존서 벗어나나이처럼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 작업과정에서 작동한 방식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전까지 시민사회가 의제 설정만이 아니라 정책결정과정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사실이다. 이는 원전과 대입 정책 결정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는 ‘숙의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공론화위에 주도권을 내줬다.뿐만 아니라 이번 세제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받는 참여연대의 경우 정권 출범 초기 국정설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지난 해 국정기획자문위를 향해 제시한 ‘90개 국정개혁과제’가 그것이다. 참여연대는 여기서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 △복지국가와 공평과세 등 국정전반에 걸쳐 개혁 아젠다를 제시했고, 이후 실제로 청와대는 이를 적극 추진 중이다.이번 세제 개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정권 초기 시민사회가 주도해 온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집권 2기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