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여교사 살해사건 속으로

몸 전체 타박상에 두부함몰된채 도로변 도랑서 나체로 발견…살해 용의자 음독자살

2008-08-14     홍세기 기자

남자친구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경찰 ‘단독범행’ 결론, 범행 동기 끝내 밝히지 못해

 
지난 12일 피살체로 발견된 제주시 구좌읍 어린이집 여교사 양모씨(26)는 같은 마을에 사는 A씨(36ㆍ제주시 구좌읍)에 의해 살해돼 유기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결국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추적했다.

그러나 A씨는 양씨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경찰은 ‘단독범행’으로 단정하고 있지만 A씨의 사망으로 범행동기는 알 수 없게 됐다. A씨는 왜 여교사 양모씨를 살해했을까? 그는 또 왜 자살해버린 것일까. 그 전후를 되짚어봤다.

지난 12일 오전 10시55분께. 양씨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다랑쉬오름 부근에서 알몸상태로 경찰에 발견됐다. 양씨의 시신와 함께 발견된 하의와 속옷 등은 양씨가 실종당시 착용했던 것과 일치했다. 시신은 옷가지와 함께 알몸으로 도랑에 던져진 뒤 나뭇가지로 덮혀있었고 부패상태는 심했다.실종된 지 닷새만. 경찰이 수사본부를 차리고 공개수사를 벌인 노력과 상관없이 결국 닷새만에 사체로 돌아온 것이다. 양씨는 앞서 지난 7일 오후 9시35분께 “집에 간다”며 어린이집을 나선 뒤 남자친구와의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양씨가 나체로 발견된 사실은 ‘성폭행 가능성’을 키웠는데, 실제 부검결과 성폭행 흔적이 확인됐다. 제주경찰서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양씨에 대해 12일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부검실에서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양씨의 시신을 부검한 제주대 강현욱 교수는 “시신에서 성범죄와 연관시킬 수 있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신에서 성범죄 연관 외상 흔적 발견

이런 가운데 경찰은 양씨의 시신에서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과 체모를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양씨의 이웃 주민 등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진전을 보여왔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과 혈흔 등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하고 비슷한 수법의 전과자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고 말했다.그렇게 여교사 양씨를 살해한 피의자는 이웃에 사는 A(36)씨로 밝혀졌고, 경찰은 A씨를 통해 범행동기 등을 밝혀내려 했다. 그러나 A씨는 13일 음독자살했다.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제주경찰서는 14일 “A씨가 12일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진 뒤 13일 새벽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수색에 나선 경찰 등이 12일 양씨의 시신을 발견하자 이날 오후 9시10분께 자신의 차 안에서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해 다음날 새벽 결국 숨졌다.

경찰 양씨 시신 발견하자 용의자 자살

도대체 지난 7일 오후 9시35분께 어린이집을 나선 뒤 남자친구와의 전화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양씨에게는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경찰에 따르면 A씨는 7일 오후 10시께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일주도로에서 근무를 마치고귀가하던 양씨를 납치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성폭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양씨는 반항했고 이에 A씨는 양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약 8.1㎞ 떨어진 구좌읍 송당리 다랑쉬 오름 부근 도로변에 시신을 버리고 달아났다. A씨의 존재는 119의 ‘제보’에 의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농약을 먹고 구토를 하며 인근 주유소에 구조를 요청, 긴급출동한 119가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A씨의 팔에 난 상처를 확인했고 곧바로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진료가 끝나는 즉시 제보 내용을 확인하려 했으나 13일 오전 3시40분께 A씨는 숨졌다.경찰은 A씨의 시신에서 팔 부위에 물어뜯기거나 손톱으로 할퀸 상처 등이 있는 것으로 미뤄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13일 B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혈흔이 있는 A씨의 상의와 함께 가방, 교육계획안, 모자, 양말 등 양 씨의 소지품을 발견, A씨의 행적 및 주변인물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A씨를 범인으로 결론내렸다.

경찰 “보강수사 과정에서 범행동기 밝힌다”

경찰은 일단 A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피의자가 숨져 범행 동기를 밝힐 수 없는 처지에 직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보강수사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지승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에 이어 20대 여교사의 살해사건으로 제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