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 채혈, 가족이 동의해도 증거 안돼"

2011-07-22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의식불명 상태라는 이유로 가족에게만 동의를 얻어 채혈해 얻어진 혈중 알코올 농도는 음주운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누차 압수수색 영장이나 당사자 동의 없는 채혈해 얻은 혈중 알코올 농도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결해 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64% 상태에서 이륜차를 몬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기소된 김모(53)씨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의정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의 영장이나 감정처분 허가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당사자의 동의 없이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 영장도 받지 않았다면, 혈액 감정결과 보고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피고인이 의식불명일 때 가족이 혈액 채취에 동의했다는 사정 등이 있다는 이유로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9년 7월11일 새벽 경기 고양시내 한 도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164% 상태로 이륜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은 혈액 채취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가족의 혈액 채취 동의가 있었다며 혈액 검사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삼아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