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 폭로한 전직 주한미군 방한
하우스 “매립위치 의혹규명에 최선 다할 것”
2011-07-25 한승진 기자
지난 24일 방한한 하우스씨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 "한국에 온 이유는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과 관련한 진실규명을 위한 신속한 조사를 돕기 위해서"라며 주한 미군 복역 당시 고엽제 매립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1978년 늦봄 또는 초여름 어느 날 '델타(D) 구역으로 가서 측량기사를 도와 무언가를 묻기 위해 파야 할 구덩이를 측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구덩이가 완성되자 부대의 덤프트럭이 주황색 글씨로 '화학물질, 형태 : 오렌지'라고 쓰인 녹색 드럼통 55갤런을 운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지의 모든 드럼통들을 옮겨 구덩이에 매립한 뒤 한국 내 다른 부대들의 트럭이 고엽제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드럼통들을 싣고 왔다"며 "1978년 가을까지 거의 6개월간 일주일의 2~3회 D구역으로 가서 기지 외부에서 들어온 드럼통들을 매립하도록 명령받았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선 "현재 진성당뇨 2형, 말초신경장애, 녹내장, 피부발진,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온갖 병을 앓고 있다"며 "현재 앓고 있는 병이 한국에서 노출된 것과 연관돼 있다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또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캠프 캐럴 현장에 가면 드럼통을 매립한 곳을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도착해 보면 방향을 잡아 볼 필요가 있겠지만 방향을 잡고 나면 어느 정도 위지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엽제 매립을 누가 지시 했는가"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의 질의에는 "명령이 어디서 떨어졌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소대장에게 지시받았고 일 처리 역시 소대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답했다.
전직 주한미군 출신으로 하우스씨와 함께 방한한 필 스튜어트씨는 "1968년 캠프 피터슨에서 복무 중 부대 수송부에 에이전트 오렌지가 든 55갤런 용량의 드럼통 200~300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스튜어트씨는 "본부 중대 소속 병사들이 자주 수동 펌프와 분사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를 이용해 캠프 피터슨 주변 폭 100m 정도의 지역과 부대 내 차도, 인도에 고엽제를 살포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후에 이 드럼통들이 각 중대와 전방의 작업현장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무기간 동안 고엽제 매설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갖고 있던 고엽제를 사용했을 뿐 폐기하지는 않았다"며 "부하들은 살포 작업을 마치고 마을 빨래터에서 분사장비를 세척했고 통상적으로 이런 빨래터는 마을의 개울이었으며 분사장비에 남아있는 화학물질들은 개울물에 씻겨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염된 물이 수로로, 결과적으로는 캠프와 현지 마을의 상수 공급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우리는 상급 지휘관으로부터 '이를 마시거나, 이것으로 이를 닦고 목욕을 해도 해가 없을 것'이라고 들었으나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고 지적한 뒤 "당시 고엽제가 어떠한 영향을 주는 지 알았더라면 살포 명령을 거부하고 부하에게도 그러한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 국방부와 미 육군은 한국 내 에이전트 오렌지와 기타 맹독성 제초제의 저장, 운성, 살포, 폐기 등에 대해 완전한 진실과 사실을 밝히고 있지 않다"면서 "한 개인으로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이러한 진상규명을 하는데 적극 협조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를 주최한 민주당 고엽제 특별위원회 및 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오는 27일 이들과 함께 캠프 캐럴 현장을 방문, '고엽제 살포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민·관·군 공동 조사단'과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