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들의 삶이 팍팍해진다”
최임위, ‘2019년 시급 8350원’ 결정… 중기·소상공인 ‘분노’
G2 무역전쟁, 수출·생산 감소 불가피… ‘고용쇼크’도 장기화
2019-07-15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생산에 차질을 빚게 만들어 비상이다. 고용쇼크는 물론 산업별 꽉 막힌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부재도 장기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 모든 게 을(乙)의 삶이 팍팍해져 가는 이유다.◇ 최임위, ‘2019년 시급 8350원’ 결정… 중기·소상공인 외면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전원회의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의결했다. 경영계의 ‘사업별 구분적용’ 입장이 부결된 이후 사용자위원 전원은 불참했고, 근로자위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위원 9명·근로자위원 5명으로 나온 결과였다.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분노와 허탈감을, 소상공인업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이날 중소기업계는 논평을 통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어떠한 경제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시급으로,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중기업계는 “이번 결정은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1인당 GNI 기준으로 OECD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임에도 실제 지급주체인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일체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 영향근로자는 약 501만명(25%)으로 늘어날 것이며, 현장에서는 업무 난이도와 수준에 상관없이 임금 일률화와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이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실제 현장에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 등 여러 부작용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 부담경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포한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지불 불이행)’ 실행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연합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혀진 운동장’에서 벌어진 최임위의 이번 결정은 잘 짜여진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마저 상실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합회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며 “내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연합회는 이사회를 통한 총의를 모아 사업장 취약근로자와의 임금 자율합의 도출을 위한 캠페인 전개 및 전국 업종별 소상공인 총집결을 통해 대대적인 거리 집회에 나설 계획이다.◇ G2 무역전쟁, 수출·생산 감소 불가피… ‘고용쇼크’도 장기화G2(미국·중국) 간 관세폭탄이라는 무역전쟁 탓에 양국 수출에 의존하던 국내 모든 을(乙)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위기에 놓였다.수출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0억 달러에 달하는 284개 수입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밝힌 상황이다. 중국도 맞불 작전으로 5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 대두·돼지고기 등 농산품과 자동차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겼고, 단계적인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전문가들은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철강 산업은 이미 쿼터제 수용으로 타격을 입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수입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 더욱이, 효자 산업인 반도체 품목마저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이 40%에 달하고, 전 세계로 보호무역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한 사전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한편, 내수 시장 불안에 투자 위축까지 더해져 고용쇼크 장기화는 위험 수준에 다달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올 2월 이후 5개월째 10만명대 유지에 그친 것이며,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 생산가능 인구 감소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취업자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고용쇼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취약계층·저소득층이 제외되는 소위 ‘부작용’이 드러난 겪”이라 반론했다. 이어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 결정으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비롯한 지원대책을 발표하겠지만, 경제상황을 반영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경감하는 지원책은 물론, 최저임금에 배제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현명한 소득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