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떨어지고, 불법 행위는 늘어나고~

흔들리는 KT 남중수 號...내년 3월 임기만료 앞두고 잇따른 악재

2008-08-17     권민경 기자

고객 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등으로 업계 비난 높아져
KT “정보유출 우리만의 문제 아냐, 성장세도 문제없어”

[158호 경제]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저조한 경영실적을 보인데 이어 최근 고객정보 무단유출, 불공정 거래 등의 혐의로 해당 감독기관과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는 지난달 발표된 KT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매출액 향상에 주목하면서도 급감한 영업이익에 우려를 나타냈다. 와이브로, IPTV 등 신성장 사업은 기존 사업의 하락 추세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PCS재판매 사업도 마케팅 비용의 증가 등으로 이익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KT가 ‘성장의 기로’에 부딪쳤다는 업계의 분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까지 터졌다. 경찰청이 최근 KT가 자사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업계와 여론의 거센 질타가 이어진 것.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KT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중경고’ 조치를 받으며 또 한번 세간의 따가운 이목을 받았다.

KT와 관련된 이 같은 부정적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임기 말에 접어든 남중수 사장이 잇따른 악재로 인해 연임에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분기 실적, 영업이익 33.9% 급감...성장 ‘빨간불’

KT의 올 2분기 경영 성적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증가한 3조3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3.9% 급감한 3천776억원을 나타냈고 당기순이익 역시 35.1% 감소한 2천224억원을 기록했다. KT측에서는 매출액 3조원 돌파를 강조하며 “잘한 것이다. 연간목표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통신업계에서는 KT가 기존 수익사업의 하락 추세와 신성장동력 부진으로 인해 ‘기로’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실제로 LG데이콤 등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무장한 업체들의 공세로 KT의 핵심사업인 전화 매출은 1조6천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줄었고, 초고속 인터넷 매출도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한 5천285억원에 머물렀다. 기존사업 가운데는 PCS 재판매로 인한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7.2%늘어난 3천985억원을 기록해 그나마 선방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KT입장에서는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KT 측에서 PCS 재판매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마케팅 비용의 증가라는 점에서는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는 ‘양날의 칼’인 것. 실제 KT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3천31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9.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PCS 재판매 마케팅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열렸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권행민 CFO 는 “하반기 PCS 재판매에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할당했다”며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등 각 사업부문별 마케팅 비용에 대한 할당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는 없지만, PCS 재판매가 가장 높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PCS 재판매에 따른 KT의 고민은 마케팅 비용의 증가 외에도 또 있다. 한 업체가 재판매 시장 점유율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점유율 상한선 제한이 그것. 현재 PCS 재판매를 통해 이동전화 시장에서 6%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KT의 입장에서는 3세대 WCDMA 재판매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점유율 상한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SKT, LGT 등 다른 통신사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다. 지난 2월 두 회사는 KT의 PCS 재판매 건에 대해 고발한 바 있고, 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한 심의를 거듭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성장사업 역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와이브로는 상용화한지 1년이 지났지만 가입자 2만4천명에 불과해 ‘상용화’가 무색하게 됐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IPTV 사업 또한 녹록치 않다. KT는 6월초까지 ‘메가패스TV'라는 이름으로 IPTV와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해 왔지만, 통신업계 최강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가입자는 5만5천명에 불과해 경쟁사인 하나로텔레콤이 확보한 50만명과 비교 자체가 안된다.

KT는 하반기 이후 야심작인 ‘메가 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IPTV 관련 법안을 둘러싼 갖가지 쟁점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객정보 무단유출, 도덕적 해이 여론 뭇매 맞아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신성장 사업 역시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KT의 성장성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KT의 불법행위가 공개되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KT의 기업이미지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KT는 하나로텔레콤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 가입고객 730여만명의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외부로 유출시켜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9일 ‘인터넷 초고속망 가입주의보’를 발령하면서 KT와 하나로텔레콤이 고객정보를 유출하고 이를 부정사용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KT는 인터넷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을 자사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회원으로 가입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받지 않았다. KT는 또 바이러스치료 프로그램을 파는 업체와 전화나 TV서비스 판매대행업체에 고객 정보를 임의로 넘겨준 혐의도 받고 있다.이러한 방식으로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두 회사는 고객 730만명의 개인정보를 5천만 번 이상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유출된 고객정보를 누군가가 도용해 인터넷 등 각종 서비스를 몰래 사용한 요금이 연체돼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피해자가 최소 3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두 회사가 유출시킨 개인정보를 입수한 사람이 인터넷 게임사이트를 이용하고 그 비용이 피해고객에게 청구된 사례가 3천 건 넘게 집계됐다고 전했다. 경찰의 발표가 전해지자 시민단체와 업계 일각에서는 KT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는 대기업 KT가 벌인 불법 사건을 강하게 비난하며 피해 소비자와 함께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그동안 ‘고객감동’이란 슬로건을 표방해온 KT가 고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유출된 정보가 범죄에 악용된다면, 사실상 KT는 공범이나 마찬가지”라고 KT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이에 대해 KT측에서는 다소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의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또 경찰이 발표한 일부 내용 역시 수치 등에서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KT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KT측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고객정보 무단유출이라는 문제가 비단 KT만의 일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에서 발표한 2차 피해고객의 수치도 KT 내부적으로 조사한 것과 차이가 있다”면서 “조만간 우리 측의 공식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공정 거래로 공정위 ‘엄중경고’, 망신살 이어져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비난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KT는 불공정 거래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아 또 한 번 망신살이 뻗쳤다.지난 13일 공정위는 바코드 처방전 솔류션 전문업체인 EDB가 지난 5월 KT를 상대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소한 것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EDB는 KT 헬스사업부가 자사의 협력사를 상대로 독점적 계약 등과 같은 배타적인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구속조건부거래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EDB에 따르면 KT의 이같은 압력행사, 불공정 거래로 자신들은 바코드처방전 영업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 이에 공정위는 KT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경쟁업체와 거래 않는 배타조건부거래를 강요한데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리고 엄중경고조치 했다.바코드처방전은 처방전에 2차원의 바코드가 인쇄돼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약국에서는 처방전의 내용을 일괄 판독할 수 있는 기술이다. KT는 의료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바코드처방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남 사장 임기 말 잇따른 악재, 연임 발목 잡나

한편, KT를 둘러싼 이런 저런 악재가 계속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KT를 이끌고 있는 남중수 사장에게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남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는지라 올 들어 터진 갖가지 사건들이 연임 가능성을 줄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가뜩이나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등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데다 KT의 기업 윤리마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레 남 사장 연임에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 지난 2005년 8월 KT 민영 2기 사장에 취임한 남 사장은 그동안 ‘성장, 상생, 혁신’의 경영기조에 초점을 맞춰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에 치중하며 신 성장동력 사업 찾기에 나섰다. 취임 첫해에는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전화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점차 정체기에 접어들고, IPTV나 와이브로 등 KT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신사업의 성과가 별반 나타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남 사장이 보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업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 또한 간간히 나오기도 했다.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남 사장 입장에서는 연임 여부가 결정 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신성장 사업을 제자리에 올려놓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추락한 대외적인 이미지 또한 개선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