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빅4’ 새판짜기 돌입~

국민, 부동의 1위 ‘옛말’…신한, 순익 1위 등극...우리 자산 200조 합류, 기업 하나 넘고 4위 올라

2007-08-17     권민경 기자

하나은행, 순익, ROA, ROE 등 최하위 불명예
규모작은 외환은행, 내실경영은 국민·하나 앞서

[158호 경제] 국내 시중은행의 순위변동이 심상치 않다. 부동의 1위, 리딩 뱅크로 군림하던 국민은행이 신한, 우리은행에 점차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하나은행은 기업은행에 밀려 4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덩치싸움에서 쳐져있던 외환은행이 내실 경영에서는 오히려 국민, 하나은행을 앞서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업계 1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민은행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리딩뱅크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은행권의 치열한 순위다툼과 관련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법칙이 또 한 번 증명됐다고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시중 은행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실적 경쟁 속에서 ‘리딩 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벌였다. 이 가운데 특히 신한, 우리은행의 눈에 띄는 실적과 국민은행의 정체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자산 규모 221조원으로 은행권 거대 공룡으로 자리매김했던 국민은행은 2분기 순이익이 2천363억원에 그쳐 초라한 실적을 보였다. 1분기 순익 1조1천825억원에 비해 무려 80%나 급감한 것이다. 상반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감소한 1조4천18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은행을 바짝 뒤쫓아 왔던 신한은행은 7천100억원의 순익을 올려 올 2분기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은행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직전 분기보다 1천233억원 줄어든 수치지만 1·4분기에 LG카드 지분 매각이익 3천370억원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4분기보다 2천137억원 증가한 것으로 상반기 순익 역시 1조5천378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1인당 생산성 또한 2억8천3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수익성 지표인 자산대비수익률(ROA)에서도 1.86%로 1위에 올랐다.

신한·우리 자산 200조 돌파, 국민 턱밑까지 추격

우리은행의 파상공세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은 신한의 뒤를 이어 2분기 5천294억원의 순익을 거둬 LG카드 매각이익 5천억원을 제외한 전 분기 순이익보다 2천233억원이 증가했다. 상반기 순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7.5% 증가한 1조3천36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신한, 우리은행은 자산규모에 있어서도 국민은행을 맹추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산 70조원대의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면서 총자산이 221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조원 가량 느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 6월 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총자산이 각각 198조원과 195조원대로 국민은행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7월말 현재 두 은행은 자산이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국민은행만이 독점으로 누려왔던 ‘자산200조’의 지위도 물건너 가게 됐다.

기업, 하나 제치고 ‘빅4’ 올라서…공격적 성장세

기업은행의 성장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은행권 ‘빅4’가운데 하나인 하나은행을 추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2분기 실적에서 기업은행은 3천206억원의 순익을 올려 우리은행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고, 상반기 당기 순익 역시 8천450억원으로 하나은행을 제쳤다. 이미 총자산과 총수신을 제외한 상당 부문의 지표에서도 기업은행은 하나은행을 넘어섰다. 기업은행은 총자산 규모에서도 하나은행과의 격차를 14조원대로 좁히며 따라붙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이 총자산 133조원, 기업은행은 119조원대. 기업은행은 오는 2011년까지 총자산 220조원 달성을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그동안 국민, 신한, 우리와 함께 ‘빅4’를 형성했던 하나은행은 2분기 실적에서는 6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저조한 1천768억원에 머물렀다. 상반기 전체 순익에서도 5천943억원에 그쳐 기업은행에 4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나은행은 또 자기자본이익률(ROE), 연체율, 1인당 생산성 총자산이익률(ROA) 등에서도 각각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권 “하반기, 은행권 순위 경쟁 더욱 치열해 질것”

한편 6개 시중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73조4천억원으로 가장 작은 외환은행은 2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2천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하며, 업계 4위에 올랐다. 외환은행의 2분기 순익은 특히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과 ‘빅4’의 하나였던 하나은행을 앞선 것이고,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분기 보다 높은 순익을 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외환은행은 또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에서도 각각0.37%와 0.52%로 1위를 차지했다.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실적 경쟁이 올 하반기에는 더욱 본격화하면서 순위 다툼 또한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은행들의 생존 경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부문의 활성화와 해외진출 등 수익성을 다양화하는 은행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리딩뱅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