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떨고 있는 사람들 누구?

비밀리에 거론되는 저명인사, 위조사실 들통 날까 가슴앓이

2008-08-17     류세나 기자

[매일일보닷컴] 서울시 구로동에 사는 정 아무개(34)씨. 그는 웹서핑을 하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사회저명인사들의 인물정보를 보고 “이거 믿을 수 있는 정보야?”라며, 의구심을 품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웹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고급정보’ ‘정확한 정보’로 생각하고 철썩 같이 믿어 온 그였지만, 최근 문화·예술계 학력위조 파문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터지면서 이제 포털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정보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신정아’ 사건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사회저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사건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계속되는 가짜학력 파문에 자신의 학력을 속이고 현재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A씨, B씨, C씨 등의 얼굴에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포털과 언론사 인물DB 관리팀에 학력 수정을 요청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많은 이들이 학력위·방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음을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1 학력위조인사 ‘묵묵부답 형’ ‘죄송하다 형’ ‘억울하다 형’ 등 다양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영어강사 이지영, 디자이너 이창하, 심형래 감독,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정경수 전 MBC 아나운서. 장미희 명지대 교수.
이들은 모두 학력위조 파문의 주인공들이라는 것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학력위조 사실이 언론에 의해 사실이 파헤쳐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학력위조 파문의 물꼬를 튼 신정아 전 교수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상태로 검찰은 지난 14일 학위위조ㆍ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전 교수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전 교수는 현재까지 학력위조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는 상태. 이와 달리 MBC〈러브하우스〉를 통해 수더분하고 선량한 모습으로 인기를 모았던 디자이너 이창하는 자신의 학력위조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나를 믿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며 재직중이던 김천과학대학의 교수직을 사퇴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정덕희 교수는 “그동안 방송, 강연, 저서 등을 통해 가방 끈이 짧다고 얘기해왔다”며 “사회가 나를 석사로 만들었다”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 교수의 이러한 주장과 달리 그녀의 저서에는 동국대 교육대학원(교육경영 전공) ‘졸업’이라고 인쇄돼 있다. 정 교수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 법적으로 처리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도 예상된다. 

#.2 ‘적절한 시의성’, 양심고백에도 면죄부 시기 있다?
한편 만화가 이현세, 연극배우 윤석화는 자발적으로 학력위조를 시인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면죄부를 받을 수 있고, 없고를 가릴 수 있는 ‘고백의 시기’에서 둘의 명암은 엇갈린다.  만화가 이현세는 최근 출판한 저서의 서문를 통해 자신의 학력이 대학 중퇴가 아닌 고졸임을 밝혔다. 시기는 학력위조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기 전이었지만, 신정아 사건이 터진 시기와 비슷해 세간의 주목을 끌긴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이씨는 “책이 출판되기 보름 전에 이미 서문을 출판사에 넘겼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적절한 시기에 가짜 학력을 고백함으로써 도덕적 흠도 덜어내고, 더불어 책의 홍보효과까지 얻었다.반면 연극배우 윤석화의 경우 학력위조 파문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 자발적 고백을 한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윤씨를 향한 세간의 질타는 심했다. 윤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화여대에 다닌 적 없다”며 “어릴 적 철없이 했던 거짓말이 30년 세월 동안 제 양심의 발목을 잡았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미 MBC에서 윤씨의 학력에 대해 취재가 들어간 상태였고, 학력위조 파문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였기에 윤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네티즌들은 “취재중인 것을 눈치 채고 선수 친 것 아니냐”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옥랑 대표가 걸려들자 후폭풍이 두려워 고백한 것” “애초에 학력위조 사실을 밝힐 뜻이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털어놨을 것”이라며 윤씨를 거세게 비난했다. 

#.3 학력 위조한 A, B, C씨 등 ‘갈팡질팡’…“나 지금 떨고 있니”
자의건, 타의건 학력위조 사실이 밝혀진 인사들 외에 국·내외 명문대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문화·연예게 가짜학력소지자들은 갑작스런 ‘학력괴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국내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계 저명인사 A씨. 그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심취해 학창시절을 소홀히(?) 보낸 탓에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다. 해당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그였기에 해외파 박사라고 해도 누구나 믿었던 것이 화근. A씨 측근에 의하면 학력위조 파문이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A씨는 매일같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미국의 한 대학을 중퇴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고 밝혀온 B씨 역시 마찬가지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B씨는 윤석화처럼 양심선언을 해야 할 지, 그냥 숨기고 지내야할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는 전언이다.그런가하면 언제 튈지 모르는 불똥에 떨고 있는 C씨는 자신의 약력이 올라간 각종 포털과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석·박사 학위를 삭제, 수정 해달라고 요청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4 “내 박사학위 좀 삭제해주세요”
때 아닌 학력위조 파문에 포털과 언론사 인물DB 관리팀 또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짜학력을 퍼뜨렸던 사람들과 잘못된 이력을 보고도 방조했던 이들이 학력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관계자는 “개인신상인 만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교수들과 기업체 임원들의 정보수정 요청이 급증했다”고 전했다.해외 박사학위를 관리하는 한국학술진흥재단도 박사학위 삭제 문의전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익명으로 걸려 온 이 문의전화들은 모두 등록된 외국 박사학위에 대한 취소 절차나 미인증 학력에 대한 문의였다. 재단 관계자는 “전 같으면 이런 전화가 거의 걸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대로 검증이 계속되면 국내 대학 교수자리 1,000여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