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 에너지 신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며
우리나라 통신산업이 KT 민영화 및 통신시장의 경쟁체계 도입 없이 정부 중심으로 유무선 국가 네트워크를 구축, 운용하고 그 위에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이 발전해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최근 에너지 신산업, 에너지 4차혁명에 참여하면서 떠올려보는 생각이다.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전력 거래시장이 열리면서 에너지 생산, 소비, 거래 영역을 축으로 민간/공공사업자간 경쟁과 협력이 본격화 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신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시장 플레이어 간 역할분담과 정부의 명확한 정책방향 설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필자는 이를 4개 계층으로 이뤄진 ‘에너지신산업 계층모델’로 명명하고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인프라 영역이다. 이는 에너지산업의 기본 인프라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인 한전과 발전자회사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송배전망과 세계 최고의 운용 역량을 통해 축적된 모든 산업주체의 에너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체결된 한전과 민간사업자간 전력데이터망 오픈과 같은 시도는 에너지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나아가 중소형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규모의 발전을 대상으로 하는 안정적인 계통연계, 한전의 경험과 기술력 이전을 통해 다양한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등 민간영역의 다각적 발전의 버팀목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통신분야에서 KT의 민영화와 경쟁으로 산업생태계를 일궜다면 에너지산업은 한전의 기술력과 경험, 안정적인 운영이 에너지신산업의 토대가 될 것이다.
다음은 센싱/계측 영역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각 단계별 데이터 센싱(계측)을 통해 이를 빅데이터화 하고 인공지능 등 ICT기술을 통해 분석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은 표준화와 투자라는 두 개의 허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로 표준화가 잘 이뤄져 있지만, 이를 설비, 가전제조사와 연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효율과 기술력을 표시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산정에 표준화 참여수준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투자영역에서 신산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KT의 경우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계측기 비용은 지자체에서, KT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통한 에너지 분석/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KT는 지난해 H공장의 에너지비용을 전년대비 77%(2억7000만원) 절감하는 등 다수의 에너지다소비 공장 및 대형건물 대상의 차별화된 에너지절감사례 및 노하우를 적용했으며, 약 250여개 공장이 에너지효율화 추진 외에도 DR(수요감축)참여, 설비 교체, 태양광 설치 등으로 확대해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다음은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이다. 이 두 개의 요소는 치열한 시장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간 생산, 소비의 영역에서의 기능적인 기술력과 개별적인 운영시스템(BEMS)은 ICT 기술 발전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KT는 자사가 보유한 인공지능 분석엔진 e-브레인 기반의 에너지 통합관리 플랫폼인 KT-MEG(Micro Energy Grid)를 중소 파트너사에 오픈함으로써 KT-MEG을 고도화하는 한편 에너지생태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콘텐츠 영역은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이자 상상력의 대상이다. 과거 통신의 경험이 이를 말해주는데 어떤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누가 시장을 주도할지는 아직 예견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시장의 각 주체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경쟁보다 협력을 한다면 세계시장을 무대로 더 큰 시장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간 전국 1만3000개의 에너지사이트를 관제하는 KT-MEG 센터를 방문한 2000여명의 정부, 에너지업계 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거 3차 산업혁명까지는 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배우는데 머물렀다면, 에너지 4차혁명 시대에는 세계가 우리의 성공을 배우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