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치유하는 여름휴가를 위하여

2019-07-19     송병형 기자
마음의 언어는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문명인이 되면서 서로 감출 게 많아져서 그 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말의 소통 과정에서 많은 왜곡이 일어남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때로는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마침 여름휴가철을 맞아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마음으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바다와 물결을 모티브로 작업해온 작가 에이림의 작업은 물, 바다, 파도, 비, 수증기의 순환의 과정과 겹겹이 쌓여진 푸른 스펙트럼의 물결들로 물들어 있다. 작품에서의 물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 흘려보내는 내면의 성찰만이 진정한 자유로움을 탄생시킨다는 작가의 담담한 상념을 의미하며, 수없이 많은 물결을 반복하는 작가의 명상적 활동과 장지 채색 기법으로 한지에 깊게 스민 푸르른 정중동의 이미지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치유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듯하다.작가는 “무궁무진하게 모습을 바꾸는 물결은 오직 변화만이 세계의 유일한 질서임을 상기시켜 준다. 무수한 선으로 물결을 그려내는 행위는 일종의 명상과 같고, 변화를 거부하고 형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씻어준다. 내 작품을 통해 말하지 않고 말하는 물결의 침묵의 언어로 감상자에게 말 걸고 싶다”고 했다.한지와 분채를 사용한 작업 방식은 작가의 내면적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붓으로 한 겹 한 겹 쌓이는 물결이 한지에 깊게 스며들고 중첩될 때면 작가는 매 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기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작가에게는 내면을 성찰하는 수양이자 명상적 행위가 되어주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쪽빛 바다에는 젊은 작가답지 않은 깊고도 진중한 태도가 담겨있다. 흐르는 바다 물결에는 일상의 번뇌를 실어 보내고 싶어지고, 밀려드는 물에는 예고 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목소리란 말을 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말은 마음이나 가슴으로 하는 것. 목소리를 통해 말을 하면 사소하고 불필요한 대화에 빠져들기 쉬우며, 정신적인 대화로부터 아득히 멀어진다. 이는 10여년전 내가 감명 깊게 읽은 모건(Marlo Morgan)의 ‘무탄트 메시지’(2003)에 나온 부분이다. 특히 물을 찾을 때 앞서가는 한 사람이 먼저 물을 발견하면 뒤따르는 일행들에게 마음속으로 신호를 보내서 물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는 일화를 잊지 못한다.”(작가의 작업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