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앙금...경선이후 '이명박 호' 순항할까

2007-08-21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한나라당 대선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경선 이후 '이명박 호'의 순항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간의 치열한 경쟁이 마무리됐지만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된 경선 과정의 앙금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선거전 막판에 박 후보쪽에서 제기한 '후보 사퇴론' '본선 필패론'과 투표일 당일날 발생한 기표용지 휴대전화 촬영이 매표행위라고 주장한 점 등을 감안하면 선거 자체에 대한 이의제기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당초 일반적인 예상은 이명박 후보가 5% 포인트 이상 여유있게 박근혜 후보를 따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판 추격전을 펼친 박근혜 후보가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13만1086명이 참여한 국민참여 투표에서 이명박 후보를 이겼다. 박 후보는 6만4648표로 6만4216표를 얻은 이명박 후보를 432표차이로 눌렀다. 그러나 2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는 51.5%를 얻어 박근혜 후보가 얻은 42.7%를 8.8%차이로 이겼다. 득표수로 환산하면 이명박 후보가 1만6868표를 박근혜 후보가 1만3984표를 각각 얻어 결과가 역전된 것이다.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는 박 후보 지지자 200여명이 개표 발표 후부터 전당대회가 끝난 후까지 '경선 무효'를 외치며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백의종군"...선대위원장직 수락할지 관심 박근혜 후보는 경선 승복 연설에서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며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부 아니면 전무'인 경선 결과가 나타난 상황에서 경선 승복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협조를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경선 결과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고 향후 행보를 정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경선 승리를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 여기까지 왔으나 주인공의 자리는 이명박 후보에게 내주게 됐다. 박 전 대표가 말한 '백의종군'이 어떤 형태로 외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명박 후보가 여러차례에 걸쳐 제안한 선대위원장직을 과연 박근혜 전 대표가 수락할지 여부가 경선 승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백의종군' 발언에 대해 "박 후보가 말한 것을 억지로 곡해할 필요는 없다"면서 "박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이든 당을 화합해 가자'며 훌륭한 발언을 했고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박근혜 후보와 다른 후보들과도 조만간 만나서 상의하겠다"면서 당장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경선 말미 난타전 양상으로까지 비화됐던 험악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냉각기를 거친 뒤 당 화합책을 마련해 박 전 대표와 캠프 진영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호'가 넘어야할 또 하나의 파고는 당내 화합과 조율 뿐만 아니라 범여권과의 본선 경쟁을 앞둔 한나라당의 외연확대와 수권능력에 있어서 범여권 진영과의 차별성 부각이다. 이 후보측 관계자들은 경선 시작 전부터 이명박 후보의 장점인 '경제 살리기' 이미지와 국민 후보임을 강조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보수층에서 탈피해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당 쇄신, 외연 확대...강재섭 체제 유지 여부 고민 이 후보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면 한나라당發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중도층과 호남 충청권의 표심을 이끌기 위해 한나라당의 모든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이날 수락연설을 통해 "우리 한나라당은 국민의 성원속에 경선을 잘 치러냈고 한국과 세계의 정당정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자평하면서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국민정당 전국정당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원론적인 언급에 불과하지만 '국민정당' '전국정당'이라는 표현 자체가 당 쇄신과 외연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재섭 대표 체제의 당 지도부도 이명박 후보의 당 쇄신안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후보 측은 일단 대선 경선 과정을 큰 대과없이 이끌어온 '수훈갑'으로서 강재섭 대표의 지도력이 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개편 논의가 갑자기 불거질 경우 당장 경선이후 후유증을 치유해야할 이 후보 입장에선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 개편과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인식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4.25재보선 참패이후 줄줄이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며 책임론이 불거졌고 그 이후 비상체제로 꾸려온 당 지도부의 면면을 충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김형오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고, 일부 최고위원들도 후보 중심의 당체제를 꾸릴 수 있도록 사의를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로선 어차피 보완 충원해야할 당 지도부를 선대위 체제로 재편 때까지 완충지대로 삼을 것인지 이명박 색깔에 맞는 맞춤형 지도부를 구성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전투구 양태를 보여온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당의 면모를 획기적으로 일신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 후보다. 아울러 한나라당 경선 이후 범여권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명박 후보로 단일화된 '전선 형성'에 대응하는 탄탄한 진지 구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장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예고된 '검증 국정감사'가 이 후보를 향해 돌진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숨가쁜 경선레이스를 마친 이명박 후보이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당 화합과 외연확대라는 안팎의 과제를 돌파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후보측에서 말하는 "진짜 경선은 이제부터"라는 얘기는 이같은 복잡한 난제를 안고 있다는 솔직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