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활비·공천개입’ 징역 8년 늘어…총 32년형

특활비 징역 6년, 공천개입 2년 실형
검찰 ‘뇌물 무죄’에 즉각 항소 밝혀

2019-07-20     이동욱 기자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상태라 형량만 합치면 총 징역 32년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에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 공천개입 혐의에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한 금액도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이다.재판부는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이나 보안업무 등 그 목적에 맞게 엄격히 써야 할 특활비를 청와대가 위법하게 가져다 쓴 것이지,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전달된 돈은 아니라고 봤다.재판부는 “국정원장들로서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운영에 관한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박 전 대통령 또한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특활비가 한꺼번에 거액으로 지급된 게 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건너간 것을 보더라도 통상의 뇌물 사건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 1억5천만원을 지원하게 한 부분도 예산 유용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다만 2016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된 2억원은 박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이병호 전 원장과 이헌수 전 기조실장 등이 자발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봤다.재판부는 2016년 치러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 등을 벌인 것은 비박 후보를 배제하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국정원 특활비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그중 일부를 사저 관리나 의상실 유지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그로 인해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렸고, 국가와 국민 안전에도 위험을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자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요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이전 정부에서부터 전달했다는 잘못된 관행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참작 사정을 설명했다.재판부는 공천개입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정당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도록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는데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인물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선고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