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업 절벽에 내몰린 소공인들 “선택은 인건비 깎는 수 밖에… ”

하루 12시간 노동…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2019-07-22     이한재 기자

[매일일보 이한재 기자] #1. 대학가 앞에서 카페를 영업하는 정모(50)씨는 새벽에 일어나 가게를 열고 영업이 끝날 때까지 일한다.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오전에 2명, 점심에 4명, 오후에 2명씩 운영했다. 현재는 매출 하락으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아내와 둘이서 직접 일한다. 잠깐 한가한 시간에는 직접 시장에서 장을 봐야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따로 없어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2. 잡지 회사 건물 안에 계약을 맺고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0)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 한명이 일을 그만뒀지만 사람을 새로 채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명이 줄어든 김에 이대로 오전 아르바이트생 한 명과 같이 일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쉬는 시간은 점심식사를 하는 가게가 한산한 오전 11시 뿐. 재료는 일찍 가게를 닫고 사러나간다. 휴가는커녕 여가생활은 없어진지 오래다.

22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3% 급감했으며, 자영업 폐업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3.4% 인상된다고 발표했다. ‘주휴수당’까지 계산하면 내년 현장에서 체감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원대에 들어선다. 기자가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해 영업주에게 요즘 매출에 대해 물었다. 해당 가게는 대학가에 위치해 방학 때와 아닐 때로 매출익이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재 학기 중 매출은  한달 기준 3800만원, 비학기 중에는 약 2000만원이다. 40평 남짓의 1층 가게 임대료도 120만원 가까이 오르고 덩달아 최저임금까지 오르고 있다.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간신히 생활비만 남는 형편이라며 하소연했다. 매년 치솟는 임대료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프렌차이즈와 더불어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소상공인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인력을 줄이고 직접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정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오르면 주휴수당 포함 10020원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지불해야한다”며 “일본은 시급 1만원이 됐을 때 주휴수당을 제외시켰다는데 정부는 현제 별다른 대안책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다. 3년전 운영하고 있는 가게에서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모 프렌차이즈 카페가 생겨났다. 현재는 프렌차이즈 카페 두 군데가 더 늘어나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었다. 결국 1000만원이 훌쩍 넘는 로스팅 기기를 구입해 직접 원두를 볶아서 재료비를 줄였다. 손님이 줄어 아르바이트생도 2명이나 줄이고 직접 일한다. 손이 많이 가는 브런치 메뉴도 모두 없앴다.  처음에는 질 좋은 커피와 브런치를 손님에게 선보이고 싶어서 가게를 열었지만 박리다매로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카페에게는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격이었다.  정씨는 “정부는 처음 가게를 열 때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을 줘서 현혹시키고, 막상 소상공인이 가게를 열면 망하든 말든 방치하고 있다”며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게 되면 가정을 돌볼 틈이 없어, 언제까지 이렇게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저녁이 있는 삶’은 대체 누구를 위한 삶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카페 매출은 작년에 비해 100만원 단위로 줄었다. 더군다나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올해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돈은 더 적어진 상황이다. 상반기·하반기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지불하고 나면 마이너스가 되는 달도 있다. 최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인상에 따라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것이고, 그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사업주라는 말도 인정 한다”며 “하지만 그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안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현재 카드수수료율은 매출 5억원 이상 일반 가맹점은 2% 안팎, 매출 3억∼5억원 중소가맹점은 1.3%, 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다. 금융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율을 영세 가맹점은 0% 초반대로, 중소 가맹점은 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씨는 “카드 수수료를 깎아 준다는 이야기는 십년 전부터 들었다”며 “확정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이어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지만 차등 적용 등 단계적인 인상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무조건적인 인상만 강요한다”면서 “이러면 많은 영세자영업자가 폐업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악순환만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웃으면서 일을 한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점주와 알바가 함께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