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령 소나무, 뿌리 뽑힌 채 시름

2011-08-01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1일 오후 울산 울주군 상북면 명촌마을 문중묘를 지키던 300년 된 소나무가 뿌리 뽑힌 채 시름하고 있었다. 용이 승천하듯 굽이치는 가지 등 수형이 좋아 국가지정이나 울산시 지정 보호수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문중묘로 들어오는 길은 진입로가 나면서 30년 안팎된 10여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양 옆으로 누워 메말라 가고 있었다.

이들 소나무가 뿌리 뽑힌 것은 지난 5월 중순이다.

문중 사람이 3000만원을 받고 이 나무를 조경업체에 팔았다. 조경업체는 300년 된 소나무를 가져가기 위해 진입로를 냈다. 이 과정에서 수령 30년 안팎의 10여 그루 소나무가 뿌리 뽑혔다.

조경업체는 300년 된 소나무에 대해선 뿌리를 들어내 감싸는 분뜨기까지 한 상태에서 반출하려 했으나 여론의 지적을 받으며 멈췄다.

관할 지자체인 울주군은 소나무 반출 논란에 제기됨에 따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경계침범 사실이 드러나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5월26일엔 굴취허가를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조경업체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조경업체는 소나무가 죽는 것을 막기위한 임시방편으로 분뜨기한 뿌리에 주위 흙을 끌어다 일부를 덮어놓았다. 하지만 소나무는 이미 가지 일부가 잘리고, 잎도 누렇게 변한 곳이 눈에 띈다.

울산생명의숲 윤석 사무국장은 "가지가 잘리면서 수형이 무너지고 잎도 말라가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면 관할 지자체에서 매입 해 시민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며 "하루 빨리 조치가 취해져 나무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