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비야 그만 좀 와라” 기청제 올려

2011-08-01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장맛비와 폭우를 그치게 하고 국민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청제(祈晴祭)를 3일 오전 10시30분 박물관 오촌댁 옆에서 올린다.

정기적으로 상제(上帝)에게 지낸 것이 기우제라면, 기청제는 수재(水災) 때 비를 조절한다는 동서남북 각 방위의 산천신에게 지낸 비정기적인 제사다. 농경사회 조선이 수재에 대비해 국가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 세시의례의 일면을 잘 드러낸다.

조선시대에 장맛비와 폭우가 계속돼 흉년이 예상될 때는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 숙정문 등 도성의 4문과 지방의 성문에서 기청제를 거행했다. 국장(國葬) 등 특별히 큰 행사가 있으면 종묘와 사직에서 날씨가 개이길 빌었지만, 수재를 당했을 때도 재앙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기청제를 치렀다.

기청제는 재앙을 막는다고 해 영제(禜祭)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을 통해 왕래하며 성문에서 재앙을 막는 기청제를 지냈다. 문에서 외부의 적을 막는다는 의미다. 비가 계속 내리면 국가에서 기청제를 지냈지만, 가뭄을 두려워해 주로 입추 이후에 많이 거행했다.

5례의 예법과 절차를 기록한 조선 '국조오례의'에 따르면 한성부에서는 사대문, 지방에서는 성문에서 기청제를 지냈다. 처음에는 성문 안에서 기청제를 지냈으나 동문(흥인지문)이 침수된 후부터는 문루에서 거행했다.

기청제는 보통 사흘간 지낸다. 그러나 비가 그치지 않으면 3차에 걸쳐 다시 행하고, 왕이 마지막에 직접 종묘나 사직에 나가 기청제를 지냈다. 제사 의식은 청행사(請行事), 헌관사배(獻官四拜), 분향(焚香;三上香), 헌작(獻爵), 독축(讀祝), 철변두(徹籩豆), 헌관사배(獻官四拜), 예필(禮畢), 예감(瘞坎) 순으로 이어진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