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간첩 피해자 형제 유족에 20억원 배상"

2012-08-02     최소연 기자
[매일일보] 수사기관의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려 10여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재일교포 김우철 형제의 유족들에게 2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성곤)는 김우철·김이철씨의 유족 3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 6억원을 제외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우철 형제는 간첩활동을 했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거짓 증언을 했다"며 "국가와 경찰 모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거짓 증언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장기간 수감생활을 한 점과 석방된 이후에도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철 형제간첩 사건은 1947년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재일교포 김우철씨(당시 58세)가 1975년 2월 동생 이철씨(당시 51세)와 함께 경찰에 불법 연행된 뒤 온갖 고문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간첩으로 허위 자백한 사건을 말한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김씨 형제를 목포의 한 여관에 불법 구금한 채 고문과 협박을 일삼으며 자백을 강요했고, 친·인척도 10여일간 구금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원에서 "고문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철씨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이철씨는 징역 3년6월에 자격정지 3년6월을 각각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출소했으나, 형제는 고문후유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했다.

이후 김씨 형제의 자녀 6명과 친·인척 5명 등 남은 가족들은 '간첩의 가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월 광주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장병우)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고(故) 김우철·이철 형제의 유족에 대한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