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혹파리' 떠 넘기는 ‘갑질’ 건설사

“혹파리가 뭐길래”… 도 넘는 ‘공문서 압박’에 가구업체 생존 위협

2019-07-24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새 아파트 벌레 외래종 ‘혹파리’와 관련해 가구업체에 대한 건설사의 압박이 도를 넘어 생존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24일 한 가구업체에 따르면, A 건설사는 최근 신규 아파트 납품을 앞둔 가구업체에 대해 "혹파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과 시공 후 혹파리가 발생할 경우 가구업체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라" 또는 "혹파리와 관련한 모든 문제는 가구업체가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해당 가구업체는 “발생원인과 대응책이 없는 입장에서 소위 갑질로 인한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이라며 한탄하고 있다.새 아파트 벌레 ‘혹파리’는 주방 싱크대, 식탁, 붙박이장 등 파티클보드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가구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파티클보드는 국내 수요량의 약 45%를 국내 대기업이, 나머지 55%는 태국·루마니아 등 수입품으로 공급받고 있다.이와 관련, 가구업계는 “가구업체가 40년 동안 같은 원자재와 같은 제조기술로 제작 시공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건설사가 외래종 혹파리 발생의 원인조사나 공동대응방안을 강구하려는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책임을 가구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가구업체의 처지가 황망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이 가구업체는 혹파리가 신도시 등 신규 아파트에서만 발생하고 기존 아파트에서는 발생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가구업체에서 여러 현장에 납품 설치한 경우 모든 현장에서 발생하지 않고 습기가 많은 지역의 저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건설사 시공법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최근 건설사들은 5층 단위로 분절시공방법을 선택해 내부 벽체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채로 가구 시공이 이뤄진 것이다.이에 가구업계는 “이러한 시공은 습기가 가구에 유입돼 노출면에서 곰팡이균의 생성이 활발해져 혹파리 번식에 연관성이 있으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아울러 “그간 가구 제작 납품 시공에서 외래종 혹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문제를 가구업체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며 “정부당국과 건설사가 발생원인에 대한 검증작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