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학력위조 파문에 휘말릴까?
재경위, 10개 산하 공기업 임원 대상으로 학력위조 검증 돌입…“아직은 말 못해”
해당 공기업 “학력위조 말도 안 된다” 한 목소리
일부 공기업 “서류제출시기 여유있어 미룬 것 뿐”
재경위,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재경위는 지난 14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3곳과 신용보증기금, 한국투자공사 등 7곳의 비금융 공기업에 임원들의 학위증명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학위 증명서를 제출받는 대로 국내 학위는 해당 대학에, 외국 학위는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학술진흥재단에 위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력검증을 위한 자료수집은 쉽지만 않을 전망이다. 재경위 측이 자료제출을 요구한 지 열흘이 경과한 지난 24일까지 집계된 해당 기업 임원들의 학위증명서 수는 미미한 상태.
이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예상대로’ 허위학력자가 나타난다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왈가왈부 할 수 없다”고 말해 공기업 인사 중에도 허위학력자가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어 “외국학위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확인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력검증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력위조의 조짐이 보여 검증작업에 돌입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점검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지켜봐야 알겠다”고 일축했다.
‘떳떳’하다는 국책은행, 일부 은행은 학위증명서 아직 ‘미제출’
수출입은행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조직들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국감을 받는 조직이고, 임원으로 선출되면 이력서를 공시하게 돼 있어 학력위조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제출양식도 있고, 8명 임원진들의 학력자료 공개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출 지, 전체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총재, 부총재, 감사 등 총 9명의 임원진의 자료를 제출해야하는 산업은행 또한 이달 말까지만 제출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산업은행 공보팀 이재현 차장은 “입사할 때 졸업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게 돼 있다”면서 “적발될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국책은행 중 가장 많은 수의 임원을 두고 있는 기업은행은 이미 재경위 측에 학력증명서를 모두 제출한 상태. 기업은행 문화홍보팀 서재영 과장은 “임원진들이 학력을 속일 이유가 없다. 또 내부적으로도 입사할 때 증명서류를 제출해 검증을 거쳐 걱정없다”며 “재경위 측에 15명 임원들의 관련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학력위조 펄쩍…결과는 두고 봐야
임원들의 학력검증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는 재경위 산하 비금융 공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투자공사 경영기획팀 박종임 부장은 “국감을 대비해서 임원 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최종학위증명서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사장, 부사장, 감사 등 임원진 3명의 학위증명서는 이미 모두 제출했다”고 전했다.
예금보험공사 비서실 이혁재 과장은 “임원진들 모두 학력위조 파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흔쾌히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관 인사팀 손중현 팀장은 “7명 임원들의 자료를 재경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경위 산하의 국책은행이든 비금융 공기업이든, 모든 해당 기업들은 너도 나도 임원들의 학력위조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 결과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