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삼성 ‘흐림?’ … 현대 ‘맑음?’

한나라 경선 후보 결과에 따라 양대 기업 희비 엇갈렸다

2007-08-24     최봉석 기자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박근혜 경제 분야 지지했으나…朴 석패
장우주 전 현대그룹 회장, 서울경제포럼에서 이명박 지지…李 승리

[매일일보닷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일부 대기업들 사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과 현대.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고, 장우주 전 현대그룹 회장은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 경선 결과에 따라 한쪽은 ‘풀이 죽은’ 상태고, 다른 한쪽은 기가 살고 있는 형국(?)이다.

앞으로 이명박과 박근혜가 어떤 행보를 걷느냐에 따라 삼성과 현대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전경련 부회장 출신이기도 한 그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경제분야’ 외곽 자문단 형식을 띄며 박근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현 전 회장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근소한 차이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다. 이후 당의 경제특위위원장을 맡았고, 경선 과정에선 박근혜 캠프에 몸을 담았다.행정고시 4회 출신으로 감사원을 거쳐 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현 전 회장은 비(非)공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1993년 그룹 내 최고 요직인 비서실장에 임명되기도 하는 등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삼성그룹과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이런 까닭에 현 전 회장의 박 전 대표 캠프 합류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는 ‘삼성=박근혜’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시장이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경우 삼성그룹으로선 미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업계에 나돌기도 했다.여러 정황상 삼성그룹의 입장에서도 지지율 1위를 줄곧 유지했던 이명박 후보를 대놓고 지지할 수는 없는 처지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가 현대그룹 출신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으로선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껄끄러운 상황?

‘어떻게 지원을 했느냐, 또 현재 하고 있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팩트는 없지만 삼성그룹은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전을 치를 당시에도 직ㆍ간접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물론 삼성그룹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지지를 하지 않는다는 외형상의 흐름만으로 ‘이 후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식의 해석은 자칫 이 후보 진영이나 삼성측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이 또 그럴 이유도 없다.가장 큰 이유는 이명박 후보가 박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5월 ‘국내 산업자본도 은행 등 금융산업의 소유 및 경영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점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재벌의 은행소유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는데 당시 정치권 일각에선 거대재벌 ‘삼성공화국’ 후보로 낙점받기 위한 정치적 ‘커밍아웃’이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여러 정황상 삼성그룹과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 역시 나름대로 ‘특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이명박 후보의 가족관계가 그렇다. 이명박 후보의 장녀 주연(36)씨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거의 모든 연설회장에 나와 “이명박”을 외쳤는데, 주연 씨의 남편은 삼성화재 법무담당 상무보인 이상주(37) 씨다. 한마디로 ‘삼성가족’인 셈이다.

삼성과 이명박 후보 나름대로 ‘특별한’ 관계다?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이 후보와 삼성과의 ‘끈끈한’ 관계도 ‘특별한’ 이유로 꼽힌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향후 범여권과의 본격적인 대선 경쟁 구도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거물급 인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발맞춰 이 후보와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과의 접촉설이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다. 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한나라당 영입설 등 삼성그룹 출신 유력인사들의 행보에 대한 소문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삼성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지만 이 후보가 지난 2월 14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 결혼식장을 방문, 참석자들과 한나라당 경선 전략 등 정치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경선 결과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석패했다. ‘재계 2위’ 현대그룹 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향후 행보에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대선주자들의 캠프에 합류한 그룹 출신들의 행보와 관련해 공연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눈치”라고 말했다.반면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확정됨으로써 현대그룹은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주는 이미 ‘이명박 효과’를 톡톡히 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현대…이명박 효과

이는 이명박 후보의 매각 로비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도곡동 땅의 일부가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 현대건설이 사들여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와 큰 형 이상은 씨에게 판 것으로 밝혀지는 등 ‘현대건설 發’ 악재가 터졌을 때의 ‘침통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처럼 현대그룹도 직ㆍ간접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장우주 전 현대그룹 회장은 ‘서울경제포럼’의 형식을 빌려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현대그룹 전ㆍ현직 노조 임원들도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지도자로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반대 여론이 거셌던 청계천 복원사업을 결국 성공시켰다”며 이명박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결국 ‘삼성’이 ‘박근혜’라는 등식으로 비쳐졌던 것처럼, ‘현대’는 ‘이명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정치권과 재계의 한바탕 ‘기싸움’이 벌여졌으며 그 결과는 현대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렇다고 현대그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벌써부터 ‘현대를 괴롭히는’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괴롭히는 악재 터져 나올까?

현대차 사장, 현대캐피탈 회장을 지냈던 대통합민주신당 이계안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후보의 ‘가짜 경제’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 필요하다”며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에 맞서기 위해 현대차 전 임원이 나선 것이다. 이계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의 엄청난 차명재산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향후 범여권과의 대결구도에서 이 후보의 현대건설 사장 경력부터 시작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업적인 청계천 복원 등에 대한 ‘권력형 비리사건’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 현대그룹은 자칫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특히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편을 들 경우, 만일 범여권의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이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현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게 정치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