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사태 41만에 마침내…석방배경은?
靑 “한국군 연내 철수-선교 중단 조건”…탈레반과 다른 협의는 없었나? 일각 “금전적 대가 약속” 의혹도
2008-08-29 매일일보
[매일일보닷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23명 피랍사태가 발생한지 41일만에 2명의 희생자를 남기긴 했지만 우리 정부와 탈레반간 피랍자 전원 석방이 합의되면서 석방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달 28일 “한국군을 연내 철군하고 아프간 선교 중단을 조건으로 (탈레반과)피랍자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와 우방국 국제사회에도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합의가 차질없이 이행돼 빠른 시일내 피랍자들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합의 이후에 (피랍자들이) 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구체적 절차는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국군을 연내 철군하고 아프간 선교 중단을 조건으로 (탈레반측이)피랍자 19명 전원을 석방키로 합의했다”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날 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오후 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납치단체측과 대면 접촉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정부는 전원 석방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고통을 묵묵히 참고 기다려 온 피랍자 가족과 모든 국민과 언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와 우방국 국제사회에도 감사드린다”면서도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또 “이번 합의가 차질없이 이행돼 빠른 시일 내 (피랍자들이)가족들 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천 대변인은 “(석방의)구체적인 절차는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가급적 빨리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합의 이후에 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측과의 인질 석방협상에 참가한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 대표단의 물라 나스룰라는 대면협상이 끝난 뒤 “한번에 인질 모두를 석방하기엔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어 3∼4명씩 순차적으로 석방할 것”이라며 “전부 다 석방하는 데는 며칠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조만간 피랍자들의 신병을 인도받으면 건강검진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인한 뒤 탈레반과의 다른 협의를 묻는 질문에 ‘다른 부분은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천 대변인은 아울러 “절차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가급적 빨리 이동할 것”이라며 “1차 건강검진 후 귀국경로도 빠른 시일 내에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석방 이유와 관련해 “우리가 (탈레반의 요구인)수감자 석방 실현을 위해 아프간 정부와 성의있게 협의했으나 (우리 정부의)권한과 능력 밖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왔다”며 “이런 부분이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위험지역 선교활동 금지와 탈레반의 선교활동 중지 요청 수용의 방법에 대해 천 대변인은 “종교계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여행금지 제도와 종교적 협조를 통해 위험한 선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대면접촉 보고를 받고 “모두들 수고했다. 모든 국민이 큰 걱정을 덜게 돼 다행이다”며 “차질없이 끝까지 마무리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숨 돌린 외교부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 피랍사태가 발생한지 41일 만에 전원 석방이 합의되면서 외교부는 그 동안의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그러나 피랍자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국을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상당히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는 합의 직후 피랍자가 바로 석방되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석방 절차를 구체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하루 외신들의 ‘석방 합의’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교부는 피랍자 전원 석방이 무엇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 순방 기간 중에 이뤄진 점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이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게 했다는 평가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송 장관은 27일과 28일 연달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왕을 예방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이들 국가의 지원을 요청했다. 송 장관의 이번 순방은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의 영향력을 활용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 정치권 “진심으로 환영” = 정치권은 이날 정부와 텔레반이 인질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유사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관계당국이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신중히 노력하고 샘물교회의 피랍자 가족도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기다려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제 와 생각하면 앞서 살해된 두 분의 희생이 더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국민과 가족의 걱정을 덜게 돼 다행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할 것”이라며 “고인과 가족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아프간 피랍자 전원 석방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정부의 노고와 그간 인내를 갖고 기다려준 피랍자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인질 전원이 석방된 것이 다행”이라며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어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받았을 때 좋은 예감을 가졌다. 모처럼 국민에게 기쁨을 준 소식이다”라며 “그동안 외교부가 노고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는 “우리 국민 19명을 전원 석방하기로 탈레반측이 우리 정부와 28일 합의한데 대해 온 국민과 더불어 환영한다”며 “비록 두 분이 사태 초기에 희생되긴 했지만 남은 피랍자 전원이 무사히 풀려나게 된 것은 무사귀환을 염원해왔던 모든 국민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는 “국민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다만 이번 피랍과정에서 희생된 두 분의 가족들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우리 교민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국현 후보는 “피랍자 19명 전원 석방 합의를 피랍자 가족들, 국민 모두와 함께 열렬히 축하하고 환영한다”며 “석방합의는 정부와 국민이 단합하여 침착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이룩한 쾌거”라고 밝혔다. ◇ 석방 이유와 조건은? = 천 대변인은 이날 회견에서 “(탈레반도)많은 인질의 장기간 억류에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면서 “국제사회의 여러 노력이 합쳐져 이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랍사태 장기화에 탈레반이 상당한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이슬람 율법을 탈레반이 거스를 경우 아랍국가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점도 전격 석방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사실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살해할 경우 아랍권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희망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청와대는 석방 조건으로 ‘한국군 연내 철군과 아프간 선교 중단’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석방의 모든 조건이 무엇이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석방 조건 중 한국군 연내 철군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는 점과 아프간 선교 중단 역시 19명 전원 석방 조건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명분 살리기’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탈레반 쪽에 금전적 대가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지와크 아프간뉴스(Pajhwok Afghan News)는 탈레반이 인질 19명을 석방키로 하면서 탈레반 죄수 석방요구 철회 등 5개 항에 합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PAN에 따르면 석방 조건 5개항은 ▲2007년 말까지 아프간에서 한국군 포함 모든 한국인 철수 ▲8월 안으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벌이고 한국인 전원 철수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금지 ▲탈레반은 철수하는 한국인을 도중에 공격하지 않을 것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요구 철회 등이다. 따라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탈레반이 요구한 5개항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서 전격적인 석방이 이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 피랍자가족 “국민께 죄송” = 28일 오후 피랍자 가족들은 환호성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경기도 분당 피랍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 한국정부와 탈레반과의 대면협상 결과를 기다리던 피랍자 가족들은 41일 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이어 오후 9시40분 분당 샘물교회 지하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피랍자 석방 합의와 관련된 간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가족대표 차성민씨는 “먼저 이번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협조해 주신 정부 관계자 및 기자 여러분들이 큰 힘이 되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타까운 심정으로 염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그 외에도 무사귀환을 위해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차씨는 “고 배형규 목사님과 고 심성민씨 두 분을 잃은 것은 가슴 아프고 기분 좋은 소식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19명 전원이 안전하게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성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송구스런 마음을 함께 전한다”며 “지난 40여 일 동안 한 식구처럼 챙겨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경기 성남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는 아프간 피랍자 전원 석방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과 정부당국, 국제사회에서 이번 사건에 힘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 네티즌들 “노무현 정부의 외교력 박수” = 피랍자 석방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무사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안도감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디 nsk603은 “피랍자 석방을 위한 노무현 정부의 외교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 국민들의 무사 귀환이 이뤄진다고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아이디 prisionbreak는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다행스럽다”며 “비록 2명의 피랍자 희생이 가족에겐 크나큰 슬픔이겠지만 무사히 돌아올 것을 애타게 기다린 가족들에겐 더 없이 기쁜 일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의 만류에도 위험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피랍을 자초한 이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책임과 함께 위험지역으로의 봉사활동이 재고되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