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설산업의 위기론이 갖는 한계

2019-07-31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서브프라임과 IMF(국제통화기금)으로 통칭되는 경제위기들 이후로 국내 건설산업에 대한 우려는 꾸준하게 지속돼 왔다. 실제로 도산하거나 사세가 기울면서 매물이 된 건설사도 적지 않다. 비관론도 부각되면서 건설업체들이 택할 길은 조속한 출구전략, 즉 사업을 접거나 업종을 바꾸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도 건설산업의 몰락은 요원한 것 같다. 그간 건설업황이 한동안 주춤했더라도 결국은 회복됐기 때문이다. 2015년과 2016년의 역대급 공사물량이 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의 위기론은 변함없이 현재진행형이다. 위기론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여전하다. 건설수주의 급감, 건설투자율과 선행지표들의 감소, 미분양주택으로 대표되는 공급과잉,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대표적이며 지난해부터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축소가 더해졌다. 그런데 이들을 다소 편향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위기론은 한계를 갖는다. 우선 건설수주에 대한 평가는 최근의 단기변화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 가령 월간조사에서는 얼마간의 등락이 불가피한 것임에도 매번 전월이나 전년 동기와의 차이를 부각하는 식이다. 큰 폭의 증가는 종종 전년도나 전분기의 여파라는 식으로 축소하고 다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건설투자율은 분기별 증감률을 강조하면서 전체 투자규모는 간과한다. 하지만 금액 상으로는 꾸준히 증가해온 건설투자에서 분기성장률의 둔화나 감소가 당장의 경기악화를 초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GDP(국내총생산) 대비 건설투자액의 비율은 근래 더욱 높아졌으며, 건설투자의 적정 수준은 여전히 명확치 않다. 인허가 면적같은 선행지표에서는 종종 과거의 급등세를 무시하고 최근 1~2년간의 비교에 중점을 둔다. 지역적으로는 전체 추이와는 상이한 방향성을 보이는 곳들이 적지 않은데, 이처럼 감소세가 없는 호황의 지속은 지역 간 양극화에 기인한다. 공급과잉이란 주장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지역별 양극화를 간과할 때 발생한다. 미분양주택들의 지역별 편차에는 이유가 있으며, 때로는 심각한 사안이 아니거나 지역업체들에 한정된 문제도 적지 않다. 어찌보면 사업 운영에서 이정도의 부침은 유별난 것도 아니다.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잘 되는 업체를 논외로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올해에 예정된 역대급의 주택준공물량만 보더라도 주요 기업들의 수익 호조는 충분히 예측되는 사안이었다. 주택구매자들이 입주에 앞서 잔금을 정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들은 올 상반기에 기존의 암울한 전망과는 상이한 기업성과를 기록했다. 더구나 그간의 위기론은 매번 지금은 괜찮지만 향후에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합리화되고 반복돼 왔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정말 위급할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같은 양상이 된다면 지나친 장기전망은 지양해야만 한다. 산업현황의 평가 등에 실제 사업심의나 현장경험을 갖춘 경력자나 업계의 참여가 더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강조하는 건설산업의 위기가 실상은 날로 심화되는 산업내의 양극화 현상이라는 것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설득논리가 불충분한 채로 위기론만을 내세워 건설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