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말바꾼 교회' 아프간 선교 계속하겠다…비난 여론 들끓어
2008-09-01 김용호 기자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아프간 선교 전면중지 정부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던 기독교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등 기독교 주요단체 관계자들이 30일 사후대책 실무회의를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웃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교계로서는 (아프간 내에서의 기독교 선교금지 조항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중지를 모았다. 이후에도 아프간 선교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사태를 야기한 한국 기독교의 선교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정면 충돌을 택한 셈이다. 정부방침과 여론을 수용하면 그간 ‘선교’를 통해 교인들의 단결을 꾀해온 기독교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이같은 발언은 피랍인질 19명의 석방이 기정사실화 된 이후에 나온 것이다.‘기회주의’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정부가 인질석방을 위해 탈레반과 공식합의한 내용을 뒤집은 모양새다. 추후 정부와의 갈등까지 예상된다. 기독교는 내부지침을 정비했다. “선교사 위기관리 지침서를 수정 보완하고 한국선교사 위기관리기구를 강화해 향후 위기관리에 대응코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위기상황에 빠진다면 스스로 해결하련다며 목청을 높였다. “세계봉사연합기구를 설립해 봉사단 피랍 경우 정부가 협상창구로 나서지 않고 내기구가 전면에 나서 위기관리를 함으로써 기독교 봉사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고자 한다”는 선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탈레반과 협상 이후 ‘몸값 제공설’등 각종 루머에 휩싸인 상태다. 테러단체와 협상했다는 국제적인 비난도 감수하고 있다. 그래도 기독교는 “현지인을 존중하는 토착화 봉사 및 선교를 수행하여 겸손하고 예의 있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는 자세다. 이처럼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해외 위험지역에서의 선교활동을 계속할 뜻을 밝히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 단체의 회의 결과를 정리한 '아프간 피랍사태 한국교회 사후대책 1차 실무회의'라는 문건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하루에 수백 건씩 기독교에 대한 비난성 댓글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공격적인 선교활동으로 국가의 외교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는데도 반성하지 않는 기독교가 어처구니없다"며 "선교에 앞서 기독교 자신들의 도덕성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다른 네티즌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식의 선교활동은 절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31일 논평을 발표해 "기독교가 미국의 전쟁수행도구처럼 간주되고 있는 아프간에서 무리한 선교행위는 그 자체로 도발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선교행위가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회의를 주관한 기독교 단체와 샘물교회는 피랍된 한국인들이 아프간에서 단순 의료봉사활동을 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랍자들의 단기선교 동의서 등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인의 피랍 사실을 언론에 타전하면서 이들이 선교를 위해 아프간으로 간 것으로 추정되나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무장단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단순 봉사 목적으로 보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피랍 인질들의 귀국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피랍자 21명의 항공료와 숙박비, 희생자 시신운구비 등을 피랍자 가족이나 샘물교회 측에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